파견근로자가 산업재해를 입었다면 근로자를 고용한 회사뿐 아니라 파견 받은 사용사업주에게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근로자와 별도 계약을 하지 않은 사업장에 업무상 재해 책임을 물은 첫 대법원 판결로 향후 관련 판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일하다 다친 최모(27)씨가 고용회사 신우이엔비와 사용사업주 평화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7,400만원을 함께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용사업주가 파견계약에 따라 근로자를 파견 받아 일하게 한 경우 파견근로자와 사이에 안전배려의무를 다하겠다는 묵시적 합의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평화산업이 파견근로자의 생명, 신체보호와 안전 등에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최씨는 2005년 신우이엔비 소속으로 자동차 부품ㆍ제조 판매회사인 평화산업 작업장에 파견돼 일하던 중 사출기에 낀 이물질을 빼려다 오른팔과 손목이 끼어 골절상 등 상해를 입었다. 최씨는 “사출기에 손을 넣을 경우 작동을 멈추는 안전장치가 고장 나 작동하지 않았고 안전교육도 받지 못했다”며 신우이엔비와 평화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앞서 1심은 “평화산업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만큼 최씨가 입은 손해에 대한배상 책임이 없다”며 신우이엔비에 대해서만 7,400만원 지급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심은 “직접 고용관계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고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는 근로자를 보호하고 안전배려를 하겠다는 약정이 묵시적으로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약정의무를 위반한 평화산업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별도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사용사업주에게도 채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로 산업재해와 관련해 근로자 보호의 범위를 넓게 인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다만 이번 판결이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고용관계까지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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