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워싱턴을 방문해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찾았을 때 벽면에 새겨진 한 글귀가 또렷했다. 'Freedom is not free(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당시 국내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논란이 비등한 때여서, 이 글귀가 '자유무역은 공짜가 아니다(Free trade is not free)'로 읽혀졌다. 사실 FTA만 놓고 보면 자유무역은 자유롭지도 않을뿐더러 공짜는 더욱 아니다.
■ 자유무역의 이론적 기초는 19세기 영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이다. A국이 B국에 비해 모든 상품 생산에서 우위더라도 A국은 '더 잘하는 것', B국은 '덜 못하는 것'의 생산을 특화, 교역해야 상호이익이 최대가 된다는 내용이다. 가령 영국이 포르투갈에 비해 우산은 5배, 포도주는 2배나 생산성이 높더라도 영국은 우산, 포르투갈은 포도주 생산에 매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이론과 달리 역사적 경험을 근거로 "발전 단계가 다른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자유무역은 개도국의 손해" 라는 반론도 꾸준히 이어져 왔다. 하지만 지난 200년간의 세계 경제사는 일시적 진퇴는 있었지만 큰 흐름으로는 늘 보호무역보다 자유무역에 무게를 실어왔다.
■ 2000년대 들어 양자 또는 지역 단위 FTA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현재 지구촌에는 참여국 수를 기준으로 300여 FTA가 널려있다. FTA는 당사국끼리는 관세 혜택을 주지만 역외 수입품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원산지 규정을 적용, 각각 다른 관세율을 매긴다. 복잡하기 짝이 없는 원산지 규정 때문에 기업이 부담하는 추가 비용이 수출 가격의 15%나 된다는 추산도 있다.
■ 한국은 최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5일에는 호주와 FTA를 맺었다. 캐나다나 뉴질랜드 등과의 FTA 체결도 서둘 예정이다. 문제는 FTA가 장기적 '이익의 균형'을 실현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한국은 농수산물 시장을 내주는 대신 자동차와 전자 등 공산품 시장을 따내 왔다. 당장 조금 더 이익이 된다고 생존의 기초인 농수산물을 소홀히 여겨서야 되겠는가.
박진용 논설위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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