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예고했던 대로 어제 새로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선포했다. 미군이 1951년 설정한 이후 62년 만에 조정된 방공식별구역에는 우리 영토인 마라도와 홍도의 영공, 우리 관할수역인 이어도 상공이 포함됐다. 동해와 서해 쪽은 그대로 두고 남쪽 부분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비행정보구역(FIR)과 일치되도록 조정한 결과다. 국제적 규범에 맞추고 주변국 마찰을 최소화하려 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중국이 지난달 이어도 상공 일대를 일방적으로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킨 상황에서 우리의 구역 확대는 당연한 결정이다. 불과 2주 만에 조정이 이뤄진 것을 보면 오히려 그 동안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일본이 1969년 우리 영공인 마라도와 홍도 일부 상공을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켰지만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이번에 중국까지 가세하자 여론을 의식해 뒤늦게 나선 것은 직무유기라 해도 할 말이 없다.
방공식별구역 확대보다 더 중요한 게 앞으로의 상황관리 능력이다. 정부는 관련국들에 사전 설명을 충분히 했다고 설명했으나 호의적인 반응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국이 주변국의 요구에도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을 조정하지 않는데다, 우리의 구역 조정으로 한중일 3국의 방공구역이 중첩되는 등 갈등 요인이 커졌다. 방공구역 중첩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언제든 분쟁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발적 충돌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중국, 일본과의 외교적 접근 등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는 게 우선이다. 안전 문제가 특히 우려되는 민항기 운항 정보의 사전 통보 여부는 항공사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방공구역 확대에 따라 이 구역에 들어온 항공기에 대한 감시ㆍ식별 전력 확보도 시급하다. 군은 제주도에 설치된 감시 레이더로 이어도 상공에 진입하는 항공기를 탐색할 수 있다고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빨라야 2017년에나 가능한 공중급유기 도입 전까지 공군 전투기가 방공구역 최남단에서 작전 수행이 어려운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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