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미국인 메릴 뉴먼(85)씨가 7일(현지시간) 고국 땅을 밟았다. '반공화국 적대혐의'로 붙잡힌 지 42일 만에 풀려난 뉴먼씨는 이날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아내와 아들의 환영을 받은 뒤 기자들의 질문에 "집으로 돌아와 기쁘고 멋진 귀향"이라며 "피곤하긴 하지만 가족과 함께 할 준비는 돼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북한에 억류돼 있는 동안 겪은 일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다. '북한에 있는 동안 음식은 어땠느냐'는 질문에 그는 "건강에 좋은 음식이었다"고 답했으나 다른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북한에 다시 갈 것이냐'는 질문엔 "아마도 아닐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뉴먼씨는 6ㆍ25전쟁 당시 북한 지역에서 활동하던 게릴라 부대인 '구월산유격대'의 군사고문관을 맡았던 참전용사로 10월 26일 열흘 일정의 북한 관광을 마치고 평양에서 베이징행 비행기에 탑승했으나 이륙하기 직전 체포돼 억류됐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말 뉴먼씨가 사죄문을 작성하고 직접 읽는 모습을 영상으로 내보냈으며, 7일 베이징행 비행기에 태워 추방하는 형식으로 그를 석방했다. 북한이 발표한 뉴먼씨의 사죄문 내용에 따르면 그가 구월산유격대 전우회 회원들의 주소와 이메일을 북한 관광안내원에게 전달하고 이들의 가족과 친지를 찾으려고 했던 게 문제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뉴먼씨를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추방했다"며 "본인이 잘못 생각하고 저지른 행위에 대해 인정하고 사죄했으며 심심하게 뉘우친 점과 그의 나이와 건강상태를 고려했다"고 석방 이유를 밝혔다.
뉴먼씨가 석방되자 미 정부는 즉각 환영했다. 현재 억류 중인 또 다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씨의 추가 석방도 함께 촉구했다.
마리 하프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뉴먼씨가 북한을 떠나 가족과 재회하도록 허용된 데 대해 기쁘다"면서도 "북한의 이런 긍정적 결정이 1년 이상 북한에서 억류 상태가 이어진 케네스 배씨와 관련해 큰 안도감을 준다"며 배씨에 대해서도 북측이 같은 결정을 내려 달라고 요구했다. 한중일 순방을 마치고 돌아간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도 "북한이 케네스 배씨 역시 이유 없이 잡고 있는데 즉각 석방해야 한다. 그의 석방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들은 북한 측이 바이든 부통령의 한국 방문 기간을 활용해 뉴먼씨를 석방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절묘한 시기를 선택해 뉴먼씨의 석방이 가져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미국과의 관계개선 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계산이 깔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