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어제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 등의 댓글 공작 의혹을 들어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와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대통령 보궐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개인 성명에서 "박 대통령 아버지가 쿠데타로 대통령이 됐다면, (지난 대선은) 국정원 등을 동원한 사이버쿠데타로 바뀐 것만 다르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그 동안 종교계와 시민ㆍ사회단체 일각에서 박 대통령의 사퇴를 간헐적으로 주장했지만, 현역 의원의 대선 불복 선언은 처음이다.
장 의원의 주장은 매우 부적절하다. 우선 논리적 근거가 취약하다. 검찰이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고 있지만, 아직 얼마나 조직적으로 이뤄진 선거 부정인지가 분명하지 않고, 실제 득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를 계량하기도 어렵다. 위법성은 있어 보여도, 선거 결과를 부정하거나 그 책임을 박 대통령에게 들이댈 수 없다.
주장의 실현 가능성도 희박하다. 댓글 사건에 적잖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다수가 대통령의 사퇴라는 사태까지 바라는 건 아니다. 네티즌들도 장 의원 주장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론의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도 적절하지 못했다. 새누리당이 당장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맞받아쳤다. 그의 주장의 후폭풍이 오늘부터 시작될 국정원 개혁 특위 활동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될 정도다.
민주당은 "장 의원 개인 생각일 뿐"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장 의원의 돌출행동은 부정 선거와 대선 불복 사이에서 애매한 자세를 보여 온 당 지도부에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문재인 의원도 최근 출간한 저서에서 "선거에서 진 것이 그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공정하지 못한 선거였다"고 주장해 대선 불복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민주당은 차제에 대선 불복 문제에 대해 분명하고도 확실하게 선을 그어 마땅하다.
아무리 정치 행위라고 해도 상식과 통하기 어렵고, 실현 가능성도 없는 주장을 현역 의원이 버젓이 제기하는 것은 무책임의 도가 지나치다. 국회가 최소한의 품위도 갖추지 못한 저질 희극 무대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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