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근무하는 정모 보좌관은 8월 말 동창생과 점심을 먹었다. 동창은 "최근 국회에 여비서랑 스캔들을 일으켰던 보좌관이 복귀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아느냐"고 물었다. 이상한 느낌이 든 정씨는 소문 내용을 자세히 캐물었고, 동창은 카카오톡으로 받은 찌라시를 보여줬다. 바로 자신의 얘기였다. 헛소문의 유령이 되살아난 거였다.
헛소문과의 전쟁은 2년여 전인 2011년 6월, 정 보좌관과 함께 근무하던 의원실 여비서가 그만둔 후부터였다. 정 보좌관이 여비서를 성희롱했다는 말이 나오더니 곧 성폭행으로 변했고 여비서의 어머니가 찾아와 난리를 쳤다는 내용까지 덧붙여졌다. 급기야 7월에는 한 일간지가 '유부남 보좌관이 여비서 성폭행 소문'이라는 기사를 내보냈고 찌라시에도 등장했다.
"친분 있는 사람들에게 사실이 아니라고 누누이 설명했지만 도저히 소문을 따라갈 수 없었다. 자고 일어나면 내용이 추가됐고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들까지 공격 당했다. 정말 희한한 게 평소 멀쩡한 사람들도 근거 없는 소문을 믿어버리는 거였다. 사실을 밝히고 명예를 회복하는 방법은 법적 대응밖에 없다는 생각에 고소를 했다"
1년 뒤인 2012년 7월 26일 서울 남부지방법원은'거짓 사실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며 소문을 퍼뜨린 것이 입증된 3명에게 벌금형을 결정했다. 정 보좌관은 "소문이 퍼질 때는 그렇게 들끓더니 법적으로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을 때는 기사도 안 나오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최초 유포자를 알아내지 못한 것과 본인 확인도 하지 않고 기사를 쓴 언론이 처벌을 받지 않은 것은 지금 생각해도 화가 난다"고 말했다.
2012년 18대 국회가 마무리되면서 민간 기업체로 자리를 옮겼던 정 보좌관은 올해 7월 다시 국회로 돌아왔다. 하지만 복귀한 지 한 달 만에 저 찌라시를 보게 된 거였다. 이번에는 간통죄로 고소를 당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미 법적으로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이 안될 줄 알았는데 돌아오자마자 이렇게 됐다. 당시 법적 판단을 받아놓지 않았더라면 지금 중심을 잡고 살 수 없었을 것이다"
정 보좌관은 헛소문으로 인한 피해는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말했다. "어쩌다 아는 사람이 인사를 안 해도 혹시 나를 이상하게 보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되고 자꾸 위축된다. 사람들은 흥미로 얘기하지만 당사자는 가정이 망가지고 사회적으로 매장될 수 있다. 정말 인격살인 행위다. 루머 때문에 우울증을 겪고 삶을 포기하는 유명인들의 심정을 이해하게 됐다"
정 보좌관은 9월 영등포경찰서에 '악의적인 허위 사실을 최초로 작성한 자와 유포한 자를 철저히 밝혀 반드시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피진정인 성명은 불상(不詳)이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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