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6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접견 자리에서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It's never been a good bet to bet against America)"라고 말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한국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와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가운데 나온 언급이긴 하나, 동북아 지역에서 미중간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견제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던진 게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부통령은 이날 취재진들에게 공개된 접견 자리에서 "여기서 한가지 명확히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며 작심한 듯 이 발언을 내놨다. 바이든 부통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재균형 정책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미국은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은 계속 한국에 베팅을 할 것"이라며 미국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다는 말을 꺼냈다.
물론 한미 당국은 모두 이 표현이 동맹 강화 차원의 의미라는 입장이다. 특히 미 측은 오바마 행정부의 아ㆍ태 지역 재균형 정책을 추진하면서 미국의 신뢰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과거에도 수 차례 사용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방공식별구역을 일방적으로 선포한 중국의 도발로 동북아에서 빚어지고 있는 갈등 양상을 놓고 보면 사실상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두고, 우리의 선택을 은근히 종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미국이 중동에 쏠렸던 관심을 아시아로 돌려 아시아 국가와의 경제 및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자 내놓은 '재균형 정책' 자체가 중국의 팽창을 봉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 왔다. 미국이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를 지지하며 군사적 역할 강화를 측면 지원하는 것도 이 같은 재균형 정책에 따른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0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재균형 정책에 힘을 쏟을 계획이었으나 연방 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아시아 지역 순방이 무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부통령의 언급은 우리 정부가 그간 중국과 밀월 관계를 보이며 미중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펼친 데 대한 불만도 담긴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바이든 부통령은 이날 연세대 특강에서는 "미국인들은 수십억 달러를 들여서 불평도 하지 않고 한국을 지원하고 있다"는 등 '불평을 하지 않는다'는 이례적인 표현도 사용했다.
이에 대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동북아와 세계 정세가 복잡해지는 시점에서 앞으로 한미동맹을 강하게 밀고 나가자는 것을 바이든 부통령식으로 표현한 것 같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정부 관계자는 "바이든 부통령이 외교 관료가 아니라 정치인이다 보니, '나도 네 편 들어줄 테니, 너도 확실히 내 편 들어달라'는 말을 세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바이든 부통령 발언의 진의가 어떻든지 간에 외교적 발언으로는 매우 생경하고 적절하다고 보기 어려운 뉘앙스를 담고 있는 셈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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