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6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접견에서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 확대 방침에 대해 수긍한 것은 현실적으로 한국 정부 입장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KADIZ 확대가 주변국인 일본, 중국을 자극할 수도 있지만 그 보다는 동맹인 우리 정부의 결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이 중점을 두고 있는 대중국 견제 전선에 한국이 적극 동참해달라는 반대급부로 비칠 수도 있어 변수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예상대로 KADIZ 확대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적극 설명했다. 접견 직후 정부가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어 KADIZ 확대를 확정한 만큼 이날 설명은 협의보다는 통보에 가깝다.
이에 대해 바이든 부통령은 "평가한다(appreciate)"고 답했다고 접견에 배석한 윤병세 외교장관이 전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 공감하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의사표시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KADIZ 확대를 둘러싸고 우려와 달리 한미 양국간에 별다른 이견이 없었던 셈이다. 당초 미 정부가 여러 경로를 통해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싼 중일간의 갈등구도에 한국까지 개입되는 것을 우려해 온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진전으로도 볼 수 있다. 사실 동북아의 현상유지 정책을 펴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 일방 선포뿐 아니라 한국의 KADIZ 확대도 역내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측 입장을 이해하고 있는 것은 가급적 동맹국의 힘을 빌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오프쇼어(offshore) 정책에 기인한 것일 수 있다. KADIZ 확대를 반대해 박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주기 보다는 한국을 달래면서 공동보조를 맞추는 편이 낫다는 계산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은 "동북아에서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끌어들여야 하는 미국으로서는 한국 내에서 정치적 의미가 상당한 KADIZ 확대를 반대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KADIZ 확대를 촉발한 지난달 24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에 대해 미국이 어쩔 수 없는 한계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제쳐두고 한국만 몰아세우는 것은 양국관계에 잡음이 생기는 역효과만 날 뿐이기 때문이다.
김흥규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바이든이 방한에 앞서 시진핑 주석을 만나 CADIZ에 대한 중국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한 만큼 우리 정부의 KADIZ 확대를 반대할 명분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