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국내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충남 태안 앞바다. 사고가 난 지 꼭 6년이 지난 태안의 해양 환경과 바다 생태계는 옛 모습을 되찾았지만 주민들에 대한 피해 배ㆍ보상 절차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6년전인 2007년 12월7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만리포 해수욕장 북서쪽 5마일 해상에서 삼성중공업 해상크레인선과 정박중인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가 충돌하면서 유조선에 실려 있던 원유 1만2,547㎘가 유출됐다.
당시 충남 6개 시·군의 해안 70.1㎞는 기름으로 초토화됐고, 전남과 제주도 등 전국 3개 시 도 12개 시 군의 해안 375㎞와 101개 섬까지 기름띠가 뒤덮었다.
서해안 청정해역이 검은 기름띠로 뒤덮이자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123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은 바다 위의 기름을 떠내고 해안의 자갈을 일일이 닦아냈다. 이들의 헌신적인 방제활동으로 해양수산부는 올해 7월 태안지역 해양환경이 2007년 원유유출 사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태안에서 생산된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 회복됐다. 지난 10월 충남발전연구원이 전국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태안 수산물 이미지와 구매의사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95.6%가 태안 수산물이 안전하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피해주민들에 대한 배·보상 문제는 아직 민사소송 1심 판결도 내려지지 않았을 정도로 갈 길이 멀다.
올해 1월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사정재판에서 피해금액을 7,341억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가 산정한 피해금액 1,824억원을 크게 웃도는 금액이다. 그러나 주민들이 주장하는 피해액은 4조2,000억원에 달해 IOPC펀드와 12만여건의 민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서산지원의 1심 판결은 이르면 내년 2월쯤 내려질 전망이다.
최종판결에서 배ㆍ보상액이 결정되면 유조선사인 허베이스피리트가 최고 1,500억원을 부담하고 초과분은 IOPC펀드가 3,298억원 한도에서 책임을 부담한다. 나머지 초과분은 유류오염사고 지원 특별법에 따라 정부가 부담하게 된다.
삼성중공업이 피해지역 발전기금으로 내놓기로 한 3,600억원 가운데 이미 지급한 500억원과 지역공헌 사업비 200억원을 뺀 2,900억원은 피해주민에게 지급될 예정이다.
태안군 유류피해 대책위 연합회는 이날 태안군 문예회관에서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피해주민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유류오염사고 6주년 보고대회를 열었다.
문승일(47) 유류피해대책위원회 연합회 사무국장은 "사고 후 속 시원하게 해결된 것이 없어, 피해주민들이 배·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안=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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