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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에세이/12월 7일] '시니어 정당'을 창당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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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에세이/12월 7일] '시니어 정당'을 창당하라

입력
2013.12.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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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의지나 의도와 상관없이 요금처럼 나이듦이 부끄러워지는 때가 또 있을까? 나 자신이 50대라는 것이 부끄러워 젊은이들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겠다. 우리가 누린 혜택을 지금의 젊은이들은 누리지 못하니 죄스럽고, 온통 수구적인 모습으로만 비치니 더더욱 그렇다. 나이 들면 흔히 보수적으로 변한다고는 하지만 이건 아니다 싶다. 게다가 나처럼 이미 머리가 백발이 되면 젊은이들 보기에 완전히 꼰대로 보일 것이니 도매금으로 보수꼴통 취급당하는 것이 화난다. 생각은 외려 그들보다 젊고 진보적이지만 그건 나 혼자만의 변명으로만 비칠 것이다.

지금의 50, 60대들은 격동의 시간을 살았다. 가난의 끝자락을 잡고 태어났고, 허리띠 졸라매고 일만 했으며, 죽어라 공부만 해야 했다. 직장은 쉽게 얻었지만 정작 사랑하는 이와의 가정생활에 충실할 틈도 없이 일과 직장에 쫓겨 살았다. 그야말로 가정파괴범이 따로 없었다. 그래도 다른 세대에 비해 배운 것도 많고 얻은 것도 많다. 비로소 바깥세상과 교류하면서 살았고 무역이라는 것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비단 경제적인 면만 그런 게 아니다. 정치적으로도 역동적이었다. 청소년기는 유신 독재의 서슬과 이어진 군부독재의 공포에 신음하며 때론 격렬하게 저항하고 무참하게 깨지기도 했으며 마침내 독재의 사슬을 끊는 감동도 겪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은 어찌 살고 있는가?

선거 때만 되면 노년층은 말할 것도 없이 중장년층까지도 보수 일색으로 변한다. 오죽하면 각 정당에서도 그러려니 할까. 그 세대들이 겪은 그 역동성과 진취적 태도, 그리고 투쟁의 역사는 도대체 어디로 몽땅 사라진 것일까? 걸핏하면 가스통 짊어지고 협박하며 낡은 군복 입고 설쳐대며 공포를 자아내는 이들을 보면 부끄럽게도 거의 다 나이 든 사람들이다. 자기네들만 군대 갔다 온 것처럼 행세하는 것도 꼴사납거니와 정작 교묘한 수단과 권력에 기대 군에 가지도 않은 자들이 권력을 쥐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입 딱 다물고 있으니 그 또한 무람한 일이다.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그게 아직 우리의 희망이다. 이 희망을 놓치면 우리 세대는 두고두고 역사에 죄를 짓게 되는 것 아닌가 싶어 두렵다. '시니어 정당'은 그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다. 나이 들면 저절로 '~노인회'에 자동 가입되는 듯 왜곡하는 세태를 내버려두면 안 된다. 많은 배움과 경험을 가진 세대들이다. 그 배움과 경험을 종북타령하는 자들에게 밑돌 마련하는 것으로 쓰면 역사에 죄 짓는 일이다. 그 구태를 벗기 위한 것이 바로 시니어정당이다. 물론 이 정당은 정권의 획득을 목표로 하면 안 된다. 그건 나라 망하는 꼴이다. 정책선거가 실종된 우리의 부박한 정치를 개혁할 수 있어야 한다. 시니어정당은 정책을 검토하고 각 정당에 물어야 한다. 단 그 정책이 그저 노인연금 등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을 위해 우리 세대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런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각 정당이 그 정책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시니어정당의 당원들이 자유롭게 투표하면 된다. 그게 자연스럽고 의미심장한 세대 간의 대화이며 소통이다.

자존감과 존재감이 없어지는 것이 나이 들어가는 과정의 쇠락이다. 그러나 나이듦은 군더더기 떼어내고 본질을 꿰뚫어보는 지혜의 눈을 갖는 시기이다. 관용의 깊이와 너비, 그리고 지혜의 몫을 포기할 때 부끄러운 나이가 될 뿐이다. 설렁탕 한 그릇에 표를 팔고 일당 적당히 뒤로 받아 가스통 짊어지고 몰려가는 추악한 나이듦을 버려야 한다. 혹은 그들의 부류에 한 묶음으로 꿰지는 것에 저항해야 한다. 침묵에서는 얻을 수 없다. 뒤로 물러나 기껏 쓰레기 같고 블랙코미디 같은 종편의 대담에나 심취하며 덩달아 흥분이나 할 일이 아니다. 정당을 만들어 제 몫을 해야 한다. 그래야 나잇값도 하고 홀대받지 않는다. 무엇보다 당당해질 수 있다. 그러니 시니어정당, 매력적이지 않은가? 무시당하지 말고 살자.

김경집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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