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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운동 격랑… 연평도 포격 그 후… 사진 속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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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운동 격랑… 연평도 포격 그 후… 사진 속 한국사

입력
2013.12.06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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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자 정태원·사진작가 노순택, 두 시선으로 본 역사 현장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다. '사진 한 장이 천 마디 말보다 값지다'라는 말도 있다. 잘 찍힌 사진 한 장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재차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같은 명제를 증명하는 책 두 권이 출간됐다. 사진전문 출판사 눈빛출판사가 창립 25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정태원 전 로이터 한국지국 사진부장의 사진집 과 노순택 사진작가의 사진에세이 다.

두 사진집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현실을 비춘다. 은 1979년 부마항쟁부터 80년 광주민주화운동, 87년 6월 항쟁의 한복판에서 격동하는 한국 민주화 역사를 포착했다. 반면, 는 2010년 11월 24일 연평도 포탄 피격 현장을 찾은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가 불에 검게 그을린 보온병을 포탄이라고 오인한 '보온병 포탄' 발언을 출발점으로 분단 현실의 단면을 조용히 관조한다.

두 권의 책을 연달아 보다 보면 한국정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읽힌다. 분단에서 시작한 독재정치와 이를 저지한 민주화운동의 발자취, 민주화 이후 분단보다 더 극심한 분열에 빠진 작금의 정치 현실이 렌즈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사진기자와 사진작가의 시선과 구도는 다를 수밖에 없는데, 두 사진집의 차이 역시 극명하다. 1967년부터 보도사진을 찍기 시작한 정태원의 사진은 카메라의 존재를 느끼지 못할 만큼 현장의 움직임과 감정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화염병을 던지는 손과 전투경찰을 집어삼키는 화염, 시민을 연행하는 군인의 살기,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결연한 모습, 최루탄에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리는 이한열 열사의 고통스러운 표정, 16일간의 파업 끝에 조업을 재개한 조선소 노동자들의 환한 미소….

"차라리 카메라를 내려놓고 싶을 정도로 분노했다"는 작가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힘겹게 얻은 자유와 민주가 정권의 곤봉과 군홧발, 최루탄에 희생 당하며 얻어낸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분단 현실을 악용한 권력에 맞서 민주주의를 구해냈으나 정치인들은 권력을 잡기 위해 분열을 부추긴다. 분단권력에 의해 보온병마저 포탄으로 승화한다.

노순택 작가는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포탄이라 불린 보온병의 행방을 찾아 다닌 3년의 여정을 사진과 일기로 정리했다. 지난해 12월 24일 일기에서 작가는 "안상수의 얼굴은 내 얼굴을 하고 다녔다. 안상수와 보온병의 본질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고 했다. 차분하고 관조적인 시선으로 포착된 모습들은 쓸쓸하다. 포격으로 폐허가 된 마을, 새까맣게 그을린 창문과 변기, 모로 눕혀진 채 버려진 자동차. 보온병이 폭탄이 되듯 수많은 사회적 의제들은 애국과 종북으로 양분되고, 반공은 만능의 권력이 된다.

시간은 쉼 없이 흐르고 사실과 기억은 왜곡돼지만 사진은 고스란히 삶의 증명으로 남는다. 사진 속의 이미지는 때로 기표(시니피앙)로서 역사의 기록으로 남고 때론 기의(시니피에)로서 역사의 행간을 비춘다. 종교인들마저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는 2013년 12월, 수많은 글보다 묵직하게 웅변하는 두 책에서 눈길을 떼기 힘들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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