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부터 7년간 전남 영암에서 열릴 예정이던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GP) 내년 대회가 무산됐다. 재정난에 시달리던 조직위원회가 대회 운용사인 F1매니지먼트(FOM) 측과 개최권료 인하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대회 취소가 결정됐다. 주최 측인 전남도는 2015년 다시 대회유치를 재개하겠다지만 심각한 재정난을 감안하면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영암 F1은 태동 단계부터 적잖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영암은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숙박시설이 부족했고,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들일 만한 자원도 마땅치 않아 대회 개최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그런데도 전남도는 2006년 6월 정부의 승인도 없는 상태에서 F1 대회를 유치했다. 정부로부터 1,001억 원을 지원받고 2,975억 원어치의 지방채도 발행했지만 4년간 누적 적자가 1,910억 원까지 치솟았다. 더 이상 대회 진행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잔여 대회를 모두 포기하는 것도 쉬운 문제는 아니다. 계약해지에 따른 국제적 신인도 하락과 이에 따른 국제소송도 우려되며 5,000억 원이 들어간 경기장의 활용 방안도 없다. 진퇴양난에 처한 지금의 상황을 두고 F1 대회를 적극 추진한 박준영 전남지사의 과욕이 빚은 참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선 지자체장이 국제행사를 무분별하게 유치하면서 지방 재정의 부실화를 부채질한 사례는 비단 F1 대회뿐이 아니다. 내년 9월 아시아경기대회를 치르는 인천시는 예산난으로 고민이 태산이며,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을 주관하는 강원도도 부대시설 알펜시아리조트로 인해 9,130억 원의 부채를 떠안고 허덕이고 있다. 단체장들의 과시형 사업으로 인해 크고 작은 홍역을 앓고 있는 지역은 이 밖에도 부지기수다. 지자체의 사업 성과가 부진할 경우 지방 재정은 더욱 부실해지기 마련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에게 돌아간다. 차제에 지자체장의 치적 쌓기나 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사업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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