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017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회 유치에 성공했다. 이 대회는 FIFA 주관 대회 중 성인 대표팀이 참가하는 월드컵을 제외하고 가장 큰 대회로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 대회 4강 진출을 통해 대한민국을 세계에 널리 알린 유서 깊은 대회이기도 하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한 대한민국은 아시아의 복병에서 이제 당당히 세계 축구의 주류로 우뚝 서게 됐다. 2017년 FIFA U-20 월드컵 개최는 밖으로 대한민국이 격동의 역사 속에서 거둔 자랑스러운 성공과 성취의 노하우를 세계인들과 함께 나누는 기회가 될 것이며, 안으로는 축구에 보내준 국민의 사랑과 성원에 보답하는 큰 잔치가 될 것이다.
U-20 월드컵 개최는 스포츠 이벤트로서의 의미만큼이나 대한민국의 미래설계를 위해서도 의미가 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8년까지 스포츠 산업의 첨단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37조원에 불과한 스포츠 산업의 규모를 53조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아래 국민에게 가장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우리 축구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수많은 축구교실과 조기축구회 등을 통해 알 수 있듯, 축구는 국민의 활발한 참여를 통해 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종목으로 우리 축구계가 짊어진 책임은 막중하다. 2017 FIFA U-20 월드컵 개최는 국가 정책적 차원에서 의미가 큰 대형 이벤트임에 분명하다. 스포츠를 그저 홍보 수단이나 마케팅 도구로 생각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국민의 생활을 다채롭게 하고 나아가 일자리와 산업을 일으키는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도 이번 FIFA U-20 월드컵유치는 국가와 국민, 우리 공동체를 위한 사명이었다고 정의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상당히 클 전망이다. 2007년도 대회를 개최한 캐나다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2,500억원에 달했다. 물론 캐나다 대회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나랏돈을 지원 받는 대신 대회 운영에 드는 250억원을 대한축구협회와 FIFA의 분담금으로 충당하기로 해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 체육과학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월드컵 개최 타당성 조사 보고서에서 U-20월드컵은 고부가가치 창출로 국가 위상 제고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직접적 경제 효과로 생산 유발은 605억7,000만원, 부가가치 유발 289억원, 고용 유발 3,937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간접적 경제 효과까지 더하면, 1,000억원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의 무분별한 개최에 대한 우려도 크다. 특히 스포츠 이벤트가 과하게 국가주의로 흐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스포츠는 국민의 생활과 동떨어진 소수의 엘리트에 의해 유지돼 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세기 초 독립과 근대화를 이룩한 대한민국의 역사적 배경을 놓고 본다면 스포츠를 통해 애국심을 장려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시대적인 요구였다.
그러나 축구는 가장 대중적인 참여 스포츠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우리는 국가의 그늘 아래 잊고 지냈던 '광장과 공동체'를 축구를 통해 발견했다. 우리 모두가 공동체를 응원하며 단합된 힘을 발휘한 것은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2017년 FIFA U-20 월드컵은 2002년의 유산을 이어 받아 강요된 애국심이 아닌 우리 공동체 한 사람 한 사람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모처럼 주어진 기회를 통해 국민과 공동체를 위한 우리 축구계의 헌신과 섬김의 자세를 보여주는 것도 당면 과제다. 대한축구협회 등 우리 축구계는 안방에 이뤄질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