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원전 핵심부품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불량부품을 납품한 업체 직원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하는 등 원전 비리 사건의 주요 연루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국가 중요시설인 원자력발전소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벌어지는 데도 자신들의 영리만 앞세워 국민의 안전을 위협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불구속 기소됐던 원전부품 검수기관 한전기술의 직원에게도 징역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는 등 원전 비리에 대한 엄벌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내년 선고가 예정된 원전 비리 연루 고위급 인사들에 대해서도 중형이 내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부장 김문관)는 6일 신고리 1호기 등 원전 6기에 납품한 불량 케이블의 시험 성적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 위조 등)로 기소된 JS전선 엄모(52) 고문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엄 고문은 2008년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의 제어 케이블, 2010년 신고리 3·4호기의 전력·제어·계장 케이블의 시험 성적서를 각각 위조해 납품하고 182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불량 케이블 납품으로 인한 원전 가동 중단 피해액이 무려 9조9,500여억원에 달하고, 이번 사건으로 국민이 느끼는 원전 안전성에 대한 불신은 엄청날 것"이라고 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전 비리의 몸통으로 꼽히는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에게 "갑의 위치를 이용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고, 원전의 안전성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해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며 강도높게 비판했고,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한전기술 직원들에게는 "관련분야 최고 전문가인데도 책임을 망각하고 전문가의 양심을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이날 제어 케이블 시험 성적서 위조를 지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송모(48) 한수원 부장, 이에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53) 전 한전기술 처장과 기모(48) JS전선 부장에게 각각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원전 업체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한수원 황모(46) 차장에게는 징역 4년과 추징금 600만원이 선고됐다.
또 냉각재 상실사고 시험을 할 것처럼 속여 거액을 편취하고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오모(50) 새한티이피 대표에게 징역 4년, 제어 케이블 성적서 위조에 가담한 새한티이피 이모(36) 차장과 한전기술 이모(57) 부장, 전모(60) 부장에겐 징역 2년6월~3년이 각각 선고됐다. 이 가운데 불구속 상태였던 전 부장은 법정구속됐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JS전선 문모(35) 전 대리와 최모(33) 대리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각각 선고됐으며, 새한티이피 오 대표로부터 2,400만원 상당의 골프 접대를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전기술 김모(47) 부장 등 간부 3명에게는 징역 6∼8월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722만∼934만원, 사회봉사명령 80시간이 선고됐다.
한편 원전비리에 연루돼 기소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윤영 전 국정원 국장,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 등에 대한 1심 선고는 내년 2~3월쯤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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