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은 취임 후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하고 김대중ㆍ김영삼 전 대통령과 회동하는 등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민주화와 인권신장에 헌신하고 옥살이를 한데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공통점이 있어서인지 김대중(DJ) 전 대통령과는 특히 각별한 사이였다. DJ는 만델라의 자서전인 '자유를 향한 머나먼 여정'을 번역하기도 했다.
만델라는 1997년 5월 대선을 앞둔 DJ에게 27년 동안 옥중에서 차고 있던 손목시계를 선물하며 승리를 기원했다. DJ는 유신체제와 망명을 거치며 20년 동안 간직해온 낡은 가방을 답례품으로 건넸다. DJ가 그해 12월 대선에서 승리하자 만델라는 직접 전화해 "민주화와 인권 운동을 위해 헌신한 귀하의 당선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DJ가 2000년 12월 자신처럼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을 때도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넸다.
두 사람은 2001년 3월 처음으로 만나 세계평화와 번영을 위한 메시지를 발표하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신장, 빈곤퇴치 등을 위한 공동 노력을 약속했다. 비무장지대(DMZ)에 평화공원을 조성하자는 만델라의 제안을 DJ는 적극적으로 환영했다. 만델라는 DJ가 2009년 8월 서거했을 때 깊은 애도를 표했다. 이런 인연 때문에 DJ는 '아시아의 만델라'로 불리기도 했다.
만델라는 김영삼(YS) 전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다. 그가 1994년 5월 남아공 대통령에 취임할 당시 YS는 "인종차별을 철폐하고 민주정부를 수립한 지도력에 경의를 표한다"는 축전을 보냈다. 만델라는 이듬해 7월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해 YS와 정상회담을 했다. 그는 당시 서울대에서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받으며 "남아공에 대한 한국 국민의 호의를 느낄 수 있으며 한국에서 마음도 편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도 작은 인연이 있다. 삼성전자가 2011년 만델라의 고향 쿠누에 30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마을회관을 지어준 것이다. 당시 삼성전자에 근무하던 백인 남성이 삼성을 '샘숭'이라고 하자 만델라가 "샘숭이 아니라 삼성"이라고 바로 잡아주기도 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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