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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12월 7일] 위기는 어느새 가까이 와 있다

입력
2013.12.0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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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안팎이 어렵다. 미국과 중국이 다투고 일본도 준동하면서 나라 밖 정세가 지극히 불안정해지고 있다. 그 혼돈의 한 복판에 한반도가 놓여 있다. 그런데도 나라 안은 정쟁과 지도력 부재로 허덕거리고 있다. 세계질서의 변화가 목전에서 전개되고 있는데, 이를 냉철하게 꿰뚫고 대처해야 하는 정치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오직 싸울 뿐이다. 나라 잃은 설움을 겪어야 했던 구한말과 비슷하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사실 한국은 오랜 기간 안정적 구도 속에 있었다. 1953년 휴전 이후 북한의 상시적인 위협과 간헐적인 분쟁이 있었지만 60년 동안 전쟁을 겪지 않았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우리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정도로 급변한 적도 없다. 그것은 우리의 힘이나 노력보다는 한미동맹의 안보 울타리에 힘입은 바가 컸다. 오히려 북한이 1990년 냉전, 그 직후 후원세력인 소련과 중국이 우리와 수교하면서 더 큰 충격을 겪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숨을 고르던 중국이 드디어 움직이고 있다. '빛을 감추고 은밀히 힘을 기른다'는 덩사오핑(鄧小平)의 도광양회(韜光養晦)가 '평화롭게 성장하겠다'는 후진타오(胡錦濤)의 화평굴기(和平屈起)를 거쳐 시진핑(習近平) 시대에 와서는 '대국으로 나서겠다'는 중국몽(中國夢)으로 노골화하고 있다. 방공식별구역 확대, 항공모함 태평양 진출 모색, 군사력 강화는 대국굴기의 구체적 표현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미국의 견제를 초래할 수밖에 없으며 그 패권 다툼의 현장이 중일 영토분쟁지역인 센카쿠 열도와 주변 해역을 넘어 서해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이 와중에 일본은 미국에 힘을 보태는 식으로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의 멍에를 벗어 던지고 세력 확장의 토대를 만들고 있다. 시세가 변하면 사이도 변하는 법. 중국의 팽창이라는 시급한 현안 앞에서 미국도 일본의 협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문인지 한일관계 갈등에서 우리의 얘기에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 눈치다. 만약 이 와중에 북한이 핵이나 국지적 도발로 준동한다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상황이 악화할 수도 있다.

이런 전망과 우려는 상식이다. 하지만 알면 뭐하나, 아무도 대비하지 않는데.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남는 것은 국정원 댓글 사건밖에 없다. 국내외적으로 주목을 받을 만한 굵직한 실적이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또 가야 하는지…, 방향과 비전조차 제시된 바 없다. 그저 야당은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을 성토하고 여당은 축소하려고만 하고 청와대는 입 다물고 눈치만 보는 형국이었다. 무엇보다 한심한 것은 여권의 안이한 인식과 대처다. 국기문란 사건이 터졌는데도 신속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로 국면을 매듭짓지 않고, 과거 식으로 국면전환이나 시도하고 누구도 이해되지 않는 궤변으로 뭉개려다가 오히려 문제를 키우고 있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국정원 등 대선에 개입한 국가기관과 그 관련자들을 철저하게 단죄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즉 제도 개선을 하면 된다. 이 문제가 매듭되지 않고는 우리 정치는 한걸음도 나가기 힘들고,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처하는 국가적 능력과 발언권도 현격하게 약해질 수밖에 없다. 과거 정권의 잘못을 현 정권의 과오로 떠안을 이유가 없다. 그들이 현 정부나 나라의 미래보다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왜 단절하지 못하고 끌려가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인도의 위대한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는 쇠망하는 국가의 7가지 징후를 설파한 바 있다.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교육, 도덕 없는 경제,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신앙이다. 우리와 맞아떨어지는 항목들이 너무 많아 소름이 돋는다. 어느새 위기는 우리 곁에 와있다. 참으로 걱정되는 나라 안팎이다.

이영성 논설위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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