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 모터스(GM)가 '쉐보레' 브랜드를 유럽에서 철수시키기로 했다. 유럽에서 팔리는 쉐보레 차량 90% 이상은 한국지엠이 국내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유럽시장 철수는 당장 한국지엠의 일감부족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선 한국지엠의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5일 한국지엠에 따르면 GM 본사는 유럽시장전략을 바꿔, 2016년부터 '오펠'과 '복스홀'브랜드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프리미엄 브랜드인 캐딜락도 유럽에서 유통망을 강화하고 신제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대신 유럽 시장 점유율이 1%에 불과한 쉐보레는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철수하고,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CIS)쪽에서 마케팅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 소식통은 "유럽에 쉐보레 판매법인 30여개 있는데, 전반적으로 수익을 내지 못한 채 누적적자가 늘어가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한국지엠이 지난해 유럽에 쉐보레 브랜드로 수출한 차량은 약 18만대. 전체 생산대수(65만대)의 약 27%에 달하는 막대한 물량이다. 대상모델은 스파크, 아베오, 올란도, 캡티바, 트랙스, 말리부, 크루즈 등 7개로, 상용차를 제외한 모든 차종이 망라됐다.
하지만 유럽시장 철수로 한국시장의 생산공백은 불가피해졌다. 시장조사업체인 IHS오토모티브는 GM의 이번 쉐보레 유럽철수 조치로 한국지엠의 2015년 생산량이 올해(약 80만대 예상) 대비 20% 가량 줄어 들어 65만대 정도로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조치로 수그러들었던 GM의 '한국시장 철수설'이 또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앞서 GM본사는 군산공장에서 생산해오던 '크루즈'의 차세대 모델을 해외 공장에서 개발 및 생산하기로 해 '한국 철수'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와 관련, 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은 이날 "모기업의 전폭적 지원 아래 한국에서 더욱더 경쟁력 있는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며 철수설을 강력 부인했다. 그는 "계속해서 GM 글로벌 비즈니스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사업장으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체 일감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인력을 포함한 감량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지엠측은 본사의 유럽 철수방침을 노조에 전달하고, 향후 사업 전략과 일감 확보 방안 등에 대해 협의를 시작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현재로선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 내년 1월부터 근무 형태가 주간연속 2교대로 전환되면 생산능력이 줄어들 텐데 이를 일감 감소와 상쇄하는 등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한국지엠의 불안한 위상에 대해 "글로벌 브랜드의 생산기지로 전락한 데서 오는 필연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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