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4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10층. 김진태 신임 검찰총장과 임정혁 대검 차장을 포함한 10명의 대검 간부가 스크린 도어 옆에 걸린 흰 천을 걷어내자 '대검찰청 반부패부' 현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4월 대검 중앙수사부의 현판이 내려진 지 226일 만에 중수부를 대체해 신설된 반부패부가 공식 출범을 선언한 것이다.
김 총장은 현판식에서 "이제 드러난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수사', 범죄인이 아니라 범죄 행위만을 제재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을 살리는 수사'를 해야 한다"며 "반부패부가 새로운 특별수사 시스템 정립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초대 반부패부장으로 임명된 오세인 검사장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구조적 비리, 힘과 재물을 이용한 권력형 범죄를 몰아내기 위해 검찰이 다시 나선다"며 "품격 높은 특별수사 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 부장은 향후 이동열 선임연구관, 수사지휘과와 수사지원과 소속 40여명의 직원과 함께 일선검찰청의 특별수사 지휘와 감독 지원 업무를 맡게 된다.
반부패부가 첫 발을 떼면서 대검청사 11층 옛 중수부 조사실의 활용 방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1120호 특별조사실은 중수부에 몸을 담았던 검사들에게는 중수부의 상징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2008년 4월 총 9개의 조사실을 10개로 늘리며 51㎡(15.6평) 규모로 새 단장한 이곳은 간이침대와 욕조가 딸린 샤워실 겸 화장실을 갖춘 'VIP룸'으로 거듭났다.
특별조사실 외에도 11층 조사실은 독특한 구조와 기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의 돌발 행동을 막기 위해 전 조사실에 강화 유리를 설치하고, 문고리 등 '뭔가'를 걸 수 있는 것을 모두 없앴다. 조사 보안을 위해 전용 엘리베이터를 두고, 전자동 시스템의 차광막을 창문마다 설치하기도 했다. 중수부장이 실시간으로 조사실에 지시를 할 수 있도록 중수부장 사무실에 조사 진행 상황을 보고 들을 수 있는 장치도 마련돼 있다. 심야 조사에 대비한 자체 냉난방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11층 조사실을 거쳐간 피의자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노태우 전 태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홍업씨,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 MB정권의 실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이 곳을 다녀간 '거물들'은 대부분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11층 조사실은 현재 자료실이나 교육용 세미나실 등으로 일부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부패부는 직접 수사 기능이 없어 상설 조사실이 필요 없지만, 대형 사건이 발생했을 때 꾸려질 특별수사팀의 조사실로 이용하거나 감찰기획관 신설을 비롯해 규모와 기능 확대를 논의 중인 감찰본부가 사용하는 방안 등을 두고 검찰은 고심 중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그냥 묵혀 두기에는 공간이 아깝고, 그렇다고 없애기에는 검찰의 역사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안타까울 것 같아 적절한 활용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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