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설 등 신변 이상으로 노동당 내 역학구도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장성택이 장악했던 당 행정부가 지고,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최고 권력기관의 위상을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3일 장성택 실각설 공개하며 "당 행정부도 해체 수순을 밟을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놨다. 장성택 권력의 원천으로 평가받는 당 행정부는 당 중앙위원회 산하 전문부서임에도 그 기능과 역할 때문에 '당 위의 당'으로 군림할 수 있었다. 사법ㆍ검찰ㆍ공안 기능을 틀어쥔 당 행정부가 바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권력 기반인 국가안전보위부(우리의 국가정보원), 인민보안부(경찰)를 관장해 왔기 때문이다.
장성택의 심복인 행정부 소속 리용하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의 공개 처형을 보위부가 주도한 점만 봐도 그렇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최룡해가 관장하는 군 총정치국이 당 기구인 행정부에 대해 조사 권한이 없는 점을 감안할 때 반당(反黨) 혐의 색출을 보위부나 당 조직지도부가 수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 제1위원장은 후계자 공개 이전인 2009년 초부터 보위 기관을 중심으로 한 정보정치를 염두에 뒀다고 한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일이 군을 앞세운 선군정치를 표방했다면 김정은은 보안계통 기관의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고 말했다. 실제 인민보안성은 2010년 4월 인민보안부로 승격됐고, 2012년엔 25년 간 공석이었던 보위부장(김원홍)도 임명됐다. 보위부와 인민보안부가 정권 기구인 국방위 직속인데도 이들을 감시ㆍ사찰하는 당 행정부의 존재는 김 제1위원장에게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행정부의 몰락은 당 조직지도부의 권한 강화와 맞물려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생전 조직지도부를 "모든 당원들의 생활을 지도하는 생활지도부서이며 당 중앙위의 참모부서"로 규정했다. 이런 위상은 조직지도부가 바로 인사권을 장악한 데 있다. 조직지도부는 3,000여명에 달하는 북한 최고위급 인사들의 거취를 좌지우지한다. 의전과 호위사령부를 통해 김씨 일가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서기실도 김 제1위원장 집권 전 조직지도부 소속이었고, 행정부도 한 때 이 부서의 일개 부문에 불과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모든 당 조직들의 보고를 취합해 권력이 전달되는데 실질적 영향을 주는 곳이 조직지도부"라고 말했다.
하지만 2007년 6월 조직지도부로의 권력 집중을 우려한 김정일이 행정부문을 부로 독립시켰고, 부장에 매제인 장성택을 임명하면서 행정부가 조직지도부의 우위에 서는 경향이 강해졌다. 한 고위 탈북자는 "북한에서는 흔히 뇌물이 가장 많이 모이는 기준으로 힘 센 기관을 따지는데 장성택 시대의 당 행정부가 바로 그런 곳"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향후 조직지도부가 행정부 권한을 다시 흡수할 가능성이 커졌다. 김 제1위원장 집권 이후 조직지도부의 간부급 인사들이 대거 약진한 점도 이런 논리를 뒷받침한다. 황병서 조직지도부 부부장은 올 들어(9월 기준) 김 제1위원장의 현지지도를 많이 수행한 6번째 인사에 이름을 올렸고, 민병철 부부장은 김정일의 신임을 받았던 주상성 인민보안부장 숙청을 지휘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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