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미세먼지가 3일째 한반도 하늘을 뿌옇게 뒤덮은 가운데 5일 서울시가 지난달 예보제 시행 후 처음으로 초미세먼지 주의보를 발령했다. 인천ㆍ경기 등 수도권과 강원, 충청 일부 지역도 종일 미세먼지로 뒤덮였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이날 오후 4시 기준 93㎍/㎥을 기록했다. 시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60㎍/㎥ 이상 2시간 지속하면 주의보 예비단계, 85㎍/㎥ 이상이면 주의보, 120㎍/㎥ 이상이면 경보를 발령한다. 머리카락 굵기 100분의 1 크기에 불과한 초미세먼지는 기관지 등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에 쌓이기 때문에 건강에 치명적이다.
오전에만 고농도 미세먼지(PM10ㆍ지름 10㎛ 이하)가 관측될 뿐 하루 평균 '보통(31~80㎍/㎥)'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던 국립환경과학원의 예보는 또 빗나갔다. 과학원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124㎍/㎥, 최고 농도는 215㎍/㎥을 기록했고 경기의 경우 평균 농도는 132㎍/㎥, 최고 농도는 285㎍/㎥까지 치솟았다. 오전 중 보통(31~80㎍/㎥) 등급을 유지하던 강원 춘천은 낮 1시부터 113㎍/㎥로 급격히 악화되더니 오후 6시에는 169㎍/㎥까지 상승했다. 대전 지역도 미세먼지 농도가 120㎍/㎥을 넘는 곳이 많았다. 과학원 예보 등급상 121~200㎍/㎥은 '나쁨'구간으로 노약자가 실외 활동을 자제해야 하는 수준이다.
과학원 예보만 믿고 무방비 상태로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주부 김초롱(30)씨는 "오후에 미세먼지가 덜할 것이라고 해서 아이를 데리고 일부러 오후에 나왔는데 아이가 기침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김민지(26)씨는 "잠깐 외출했다 들어와도 눈이 뻑뻑하고 목이 아파 공부에 집중이 안 된다"며 "거리에 마스크 쓴 사람이 한두 명 정도밖에 안 됐는데 빗나간 예보 때문이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과학원 예보와 달리 오후 들어 오히려 미세먼지 농도가 더 짙어진 이유는 대기가 안정된 상태에서 안개가 많이 꼈기 때문이다. 과학원 관계자는 "오후 들어서도 고기압이 소멸되지 않아 대기가 안정되고 바람이 약해져 미세먼지가 분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미세먼지의 발원지는 중국이다. 중국 동북부 지역(하얼빈 등)에서 겨울철 난방용 석탄 사용이 증가하면서 발생한 고농도 스모그가 북서풍을 타고 한반도에 유입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과학원은 6일 수도권 미세먼지는 '약간 나쁨(81~120㎍/㎥)'을 유지하고 충청ㆍ강원권은 '보통'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미세먼지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심혈관 질환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열린 '2013년 빅데이터 시범연구 결과 발표 학술 심포지엄'에서 안소은 한국환경정책ㆍ평가연구원(KEI) 연구위원은 대기 중 미세먼지가 1㎍/㎥ 증가하면 심혈관질환으로 입원할 위험도는 1.26% 증가한다고 밝혔다. 이승묵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입자가 작은 미세먼지가 기관지 등에서 걸러지지 않고 허파꽈리까지 도달, 이를 감싸는 모세혈관과 적혈구에 전달될 경우 심부전증, 급성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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