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러시아가 주도하는 가스 보급로 건설 사업에 어깃장을 놓았다. 러시아가 최근 EU와 협력 협정을 맺지 못하도록 우크라이나를 압박한 점을 고려할 때 EU의 보복 조치로 해석돼 양측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스-디터 보르차트 EU 에너지 국장은 유럽의회에서 "불가리아가 참여하기로 계약한 러시아의 가스관 부설 사업인 '사우스 스트림'이 EU 규정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고 EU 매체인 유로액티브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르차트 국장은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 기업인 가스프롬이 생산자이자 공급자로 이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EU의 '일괄 사업 금지' 규정에 어긋난 것을 문제 삼았다. 또,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국가의 '비차별적 접근권'을 저해할 수 있고, 관세 부문에서도 개선할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스프롬이 2007년부터 추진한 사우스 스트림은 48인치 가스관을 흑해 해저를 지나 러시아-불가리아-세르비아-크로아티아-헝가리-슬로베니아-오스트리아 등으로 연결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EU가 러시아에 의존하는 가스 공급선을 터키와 아제르바이잔 등으로 다변화하는 '나부코' 사업에 대한 러시아의 대응 사업이다. 불가리아는 지난해 4월 사우스 스트림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달 4일 기공식을 했다.
보르차르 국장은 "불가리아가 EU 조약과 에너지 협약에 따라야 하는 만큼 EU 규정에 맞게 재협상을 해야 한다"며 "사우스 스트림 계약을 재협상하지 않으면 EU가 강제할 수단과 방법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러시아 에너지부 아나톨리 얀콥스키 차관은 "EU 규정은 역내 회원국에만 해당하며 EU-러시아 관계를 저해할 수 있는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박민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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