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보일러를 땔 정도로 낙후됐던 성북구 삼선동 장수마을이 '박원순표 재개발'인 주거환경관리사업으로 다시 태어났다. 벽과 지붕은 산뜻하게 단장됐고 마을공동체 공간이 생겼으며 골목길도 산뜻해졌다. 무엇보다 이 모든 정비사업은 주민 스스로 결정해 추진한 것이다.
서울에서 마포구 연남동, 성북구 길음동 소리마을에 이어 세 번째로 주거환경관리사업을 마무리한 장수마을은 5일 마을박물관 개관을 기념해 마을잔치를 열었다.
"여기 QR코드를 스마트폰에 갖다 대면 주민들이 장수마을을 직접 홍보하는 영화가 나옵니다."
오후 2시 삼선동 낙산공원 앞.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시 관계자와 주민, 마을활동가 등 40여명을 맞으며 바뀐 장수마을 설명했다.
한양도성 인근에 자리 잡은 장수마을은 서울의 역사와 문화가 녹아 든 구릉지형 주거지로 꼽힌다. 2004년 재개발 예정구역으로 지정됐지만, 문화재보호구역이어서 사업성이 낮았던 탓에 개발도 보수도 어려워 서울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으로 남았다. 가스 공급관이 설치돼 있지 않아 299가구 600여 명 주민은 석유와 연탄보일러를 사용해왔다.
이런 상황에 서울시가 나섰다. 지난해 3월 장수마을을 주거환경관리사업 대상지로 선정해 주민들과 워크숍, 설명회를 열고 올해 5월 주민 30% 동의를 얻어 재개발예정 구역을 해제하고 본격적인 개선 사업을 시작했다.
장수마을 특징은 종전 관 주도 방식의 개발에서 벗어나 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계획수립부터 주민들이 적극 참여했다는 점이다.
2008년부터 이 지역 마을활동가로 일해 온 박학용(45) 목수는 "장수마을에는 마을다운 점이 있었고, 이런 부분이 (재개발로 인해) 깨지는 게 진짜 상실이라고 생각했다"며 "주민들이 재개발 욕구를 누르고 현실적인 방안을 찾은 게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마을운영회를 구성해 노후주택 개ㆍ보수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새로 조성된 마을공동이용시설을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기로 했다. 지붕 재질, 색채, 담장 등 한양도성과 어울리는 건축지침과 경관 가이드라인을 지켜 주택을 고쳤고, 서울시는 공사비의 50%(최대 1,000만원)를 지원했다. 올해 8가구가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보수공사를 끝냈고, 앞으로 매년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시는 도시가스 주관로와 공급관을 시비로 설치하고 노후, 불량 하수관거도 정비했다. 범죄예방을 위해 CCTV, 보안등을 설치했고 삼선교로 4길 등 마을 내 주요 골목길을 재정비하는 등 기본적인 생활환경을 개선했다. 마을박물관, 주민사랑방, 도성마당 등 주민들의 숙원인 마을공동이용 시설도 지었다.
정거택 서울시 주택정책실 주거환경계획팀장은 "지역특색을 보전하고 재개발에 따른 주민 부담을 최소화해 호응이 높다"며 "추진 중인 22개 지역 특성화 주거환경관리사업도 지속 가능한 공동체 문화를 만드는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원순표 재개발'로 불리는 주거환경관리사업은 낡고 오래된 저층 주택이 밀집한 지역을 전면 철거하는 대신 기존 주거지를 보존하면서 공공기관이 기반시설을 정비하는 맞춤형 개발이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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