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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2월 6일] 납세자들은 공기업의 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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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2월 6일] 납세자들은 공기업의 봉이 아니다

입력
2013.12.0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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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선거용 포퓰리즘과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이 누적되어 온 결과 약 500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공기업 부채가 국가의 최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그런데 문제는 이 부채가 좀처럼 줄지 않고 눈덩이처럼 불어나 악성화하는데 있다. 이는 시지프스의 신화처럼 무게 때문에 계속 굴러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산 기슭의 큰 바위를 꼭대기까지 계속 밀어 올려야만 하는 형벌의 주인공이 결국 납세자가 될 수 도 있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다음과 같이 정부와 공기업의 냉철한 자성과 철저한 구조개혁을 촉구하고자 한다.

먼저 공기업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 말 그대로 공기업의 사전적 정의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의 복리를 증진하기 위하여 경영하는 기업임을 전제할 때 아무리 부채급증의 원인이 정부의 정책 이행에 기인한다 하더라도 매년 부채의 이자도 납부하기 어려운 경영 상황을 초래한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철도 운송이 본연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서울 용산역세권 사업이라는 무리한 사업과 방만 운영으로 부채비율이 지난해 212%에서 금년도 435%로 급증하고, 급기야는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져버린 처지이지만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키 위해 국민의 발을 볼모로 잡으려는 철도공사 종사자들의 행동은 공기업의 막중한 소명을 고려할 때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둘째 매사에 납세자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누적부채 95조원의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 발전회사가 직원뿐만 아니라 가족을 위해 바닷가에 호화 펜션을 방불케 하는 숙소를 지은 행위나, 최근에는 자본금보다 4배 많은 32조원의 부채를 떠안고 있는 한국가스공사가 대구 외곽 혁신도시내 분당사옥의 3.8배 넓은 부지 위에 건축비만 2,800억 원을 들여 생태연못에 축구장, 수영장, 풋살장까지 갖춘 신청사를 내년 중반에 완공할 예정이다. 수영장 관리비로만 매년 9억원이 들어간다는 사실도 납세자로서는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근래 계속되는 경기불황으로 유리지갑인 봉급쟁이들의 가처분소득은 줄어 중산층이 몰락하고 중소자영업자들과 서민계층은 폐업 및 실직 등으로 벼랑 끝에 내몰려 있는 이 때에 정신 나간 사람 아니면 도저히 할 수 없는 행위를, 그것도 부채가 막대한 공기업이 버젓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의 전형을 보이고 있는 것은 납세자를 무시하다 못해 조롱하는 처사로 즉시 바로잡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기업은 청년세대를 위해 철저한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GDP의 150%를 넘는 국가부채와 방만한 재정운용으로 2011년 이후 국가부도사태에 빠진 그리스를 비롯하여 남부유럽 각지에서 재정위기로 희망을 잃고 이웃나라로 국경을 넘고 있는 청년세대들의 비참한 실상들을 우리는 보고 있다. 그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 국내 부실 공기업은 철저한 구조개혁을 통하여 경쟁력을 제고하고 언제 닥칠지 모르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비해 부채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하여 현재 실업으로 고통 받는 청년세대에게 미래의 비전을 제시함은 물론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반드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개혁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공기업들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란 강한 표현을 써가며 바짝 엎드리다가도 이슈가 잦아들면 임금인상, 빚더미 속에서 성과급 잔치 벌이기, 복지확대 등을 연례행사처럼 반복해 왔다. 만약 이번에도 공기업 개혁이 말 뿐인 개혁이고 내가 낸 세금이 꼭 필요한 곳에 사용되지 않고 밑 빠진 독에 물붓기용으로 활용된다면 납세거부가 유일한 대안일 수밖에 없다. 힘없는 서민의 세금이 우리 사회에서 혜택을 누려온 공기업 직원들의 방만한 경영 행태를 떠받치는 현실을 더 이상 참고 바라볼 수 없기 때문이다. 개혁이란 달걀과 같다고 한다. 스스로 깨고 나오면 닭이 되지만 남이 깨면 프라이가 되기 때문이다. 납세자를 위한 공기업의 철저한 구조개혁을 기대해본다.

고성규 한국납세자연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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