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필름은 충무로의 품질 보증 마크로 통한다. 1995년 창립 이래 '접속'과 '공동경비구역 JSA'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건축학 개론' 등 의미와 재미를 갖춘 화제작들을 만들어왔다. 명필름의 지휘관은 부부인 심재명 이은 공동대표다. 한국영화의 새 영역을 개척해 온 두 사람이 지난해 명필름 영화학교를 설립한다고 발표했을 때 영화계는 반신반의했다. 국내에선 영화인이 영화학교를 설립한 경우가 무척 드물고 성공한 사례도 없기 때문이다.
심재명 이은 대표가 공언했던 명필름 영화학교 설립이 최근 윤곽을 드러냈다. 학교가 입주할 건물이 지난 10월 착공에 들어가며 구체적인 학교 운영 방안과 학생 선발 방식도 마련됐다. 지난 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부는 "재능과 의식 있는 영화인을 양성해 한국영화의 건강한 뿌리로 남기고 싶다"고 밝혔다.
2년 과정인 명필름 영화학교는 파주출판도시에 자리잡는다. 내년 영화관과 공연장, 미술관, 기숙사까지 갖춘 4층 건물 2개 동에 명필름과 함께 입주한다. 내년 10월 첫 입학생 전형을 거쳐 2015년 2월 정식 개교하는 명필름 영화학교는 장편 극영화 연출과 다큐멘터리 연출, 연기 등 8개 분야에서 10명의 학생을 뽑아 무료로 가르치고 숙식을 제공한다. 졸업생들을 위해 장편 극영화 2편과 다큐멘터리 1편 제작비도 지원한다. 사실상 국립영화학교인 한국영화아카데미도 저렴한 학비 등으로 영화학도에게 인기가 높지만 등록금 200만원을 1회 내야 한다. 학교 재정 지원과 공연장 등 문화공간 운영을 위해 부부는 33억원을 출연해 명필름 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이 대표는 명필름 영화학교에 대해 "2010년 명필름 창립 15주년을 맞았을 때 우리가 받은 사랑과 성과를 어떻게 공유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나온 결과"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각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영화인들이 실습 중심으로 학생을 교육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 대표는 "한국은 영화 강국인데도 정작 인재 발굴과 육성에는 영화인들이 소홀했다. 다른 영화교육기관에도 건강한 자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지영('부러진 화살') 김동원('송환'), 이준익('왕의 남자'), 이용주('건축학 개론'), 박정범('무산일기') 감독, 배우 문소리 권해효 등 11명의 영화인이 객원교수로 이미 임용됐다. 감독('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출신인 이 대표가 교장을 겸한다. 심 대표는 "극영화 연출 지원자의 경우 장편 시나리오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를 발전시켜 영화로 만들면 극장 흥행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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