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증권사는 최근 기존의 주식거래단말기(HTS)와 선물옵션 전용 HTS를 하나로 통합했다. 이를 통해 거래 속도와 시스템 안정성이 향상됐다고 홍보했지만, 실제 목적은 HTS 사업의 축소였다. A증권사 IT운영 팀 관계자는 "과거에는 초보자용이나 해외선물 전용 등 다양한 고객의 요구에 맞는 HTS를 선보이는 경쟁이 치열했지만, 이제는 어떻게 운영 비용을 줄일 것인가가 최대 고민"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거래가 허용된 1997년 이후 주식투자 인구의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했던 HTS가 이제 '계륵' 신세로 전락했다. 증시 불황으로 개인투자자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다, 무섭게 성장하는 모바일주식거래시스템(MTS)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말까지 HTS를 이용한 투자자들의 비중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1.16%, 코스닥시장은 61.73% 에 그쳤다. 4년 전(2009년)과 비교하면 유가증권시장은 약 16%포인트, 코스닥시장은 약 20%포인트가 줄어든 수치다.
HTS는 집계가 시작된 2001년 이용자 비중이 52.4%를 기록, 영업점의 단말기 비중 41.4%를 앞지르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침체기를 맞은 2008년 이후 해마다 5% 이상씩 이용자가 감소하는 추세다.
대신 증권사들의 관심사는 온통 MTS에 쏠려 있다. MTS의 이용자 비중은 4년 전 유가증권시장 1.38%, 코스닥 2.56%에 그쳤지만, 올해는 각각 9.21%, 17.18%로 성장했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MTS의 수시 업그레이드와 수수료 인하 및 면제 등 이벤트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증권사의 한 IT본부장은 "최소 20억원에서 100억원에 달하는 연간 HTS 유지비조차 증권사들에게 짐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HTS는 전업 투자자들만을 위한 도구로 협소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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