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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줄이고 원전의 맛 살린 경쾌한 베토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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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줄이고 원전의 맛 살린 경쾌한 베토벤

입력
2013.12.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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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향곡은 클래식음악 중 가장 인기 있는 장르다. 1년 내내 유명 외국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이 이어지는 것도 그래서다. 이는 곧 일부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교향곡 연주회가 진부한 양식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주로 식상할 만큼 익히 알고 있는 고전ㆍ낭만주의 음악으로 레퍼토리를 구성하다 보니 웬만한 연주력이 아니면 신선하게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4, 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 공연을 가진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은 베토벤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하며 디지털 오디오 시대에도 라이브 공연의 가치가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해 보였다.

악단의 음악감독인 파보 예르비는 이번이 2010년부터 4년째 방문이지만 브레멘을 본거지로 한 도이치 캄머필하모닉과 함께 오기는 처음이어서 연초부터 기대치가 높았다. 소니 레이블로 베토벤 교향곡 전집 음반을 발표해 호평을 얻었던 이들은 양일 간 베토벤 교향곡 3, 4, 5, 7번을 연주했다.

베토벤의 '피델리오' 서곡으로 시작해 교향곡 7번, 3번 '영웅'으로 이어진 4일 연주는 마치 대중가요 콘서트처럼 관객을 달뜨게 했다. 일반 오케스트라의 절반 수준인 40여명의 소편성 연주는 지휘자의 변화에 빠르게 반응해 극단적인 강약 변화와 속도감으로 경쾌한 베토벤을 구현해 냈다. 오케스트라의 몸집이 가벼워지면서 곡의 구조는 선명하게 드러났고 내추럴 트럼펫 등 원전악기는 강렬한 온기를 더했다. 여기에 예르비는 교향곡 7번을 악장과 악장 사이를 쉬지 않고 이어서 연주하는 등 개성적인 표현으로 객석의 몰입도를 높였다.

새로운 공연장의 환경 조건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던 까닭인지 연주 초반에는 앙상블이 정교하지 못한 감이 있었지만 웅장하고 비장한 베토벤에만 익숙한 한국 관객에게 색다른 베토벤을 소개한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연주회였던 것만은 분명하다.

예르비와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은 올해 베토벤을 시작으로 2014년에는 브람스, 2015년에는 슈만 교향곡 전곡 연주에 도전하는 내한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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