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관광체육부가 5일 예정했던 '방송산업발전종합계획' 발표를 돌연 취소했다.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간의 기 싸움에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미래부 등은 "이날 오전 국가정책조정회의를 거쳐 발표하려 했으나 회의가 취소됨에 따라 잠정 연기됐다"고 밝혔지만 당일 아침 부랴부랴 발표를 취소함으로써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
미래부 등이 지난달 14일 발표한 '방송산업 발전 종합계획' 초안은 규제 완화가 골자다. 지상파에는 중간광고와 다채널서비스(MMS)를 허용하고, 유료방송 사업자들(케이블TV, 위성방송)에게는 초고화질(UHD) 방송 상용화, 셋톱박스 없이 고화질 케이블TV를 볼 수 있는 8VSB 전송방식 허용, 접시 안테나 없는 위성방송(DCS) 허용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자 바로 다음날 종편을 소유한 신문들이 지상파의 중간광고와 MMS 허용에 대해 "지상파 특혜"라며 한 목소리를 냈다. 조선일보는 "방송 시장의 파이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상파가 다른 미디어의 광고를 빼앗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중앙일보도 "지상파가 케이블이나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시장까지 장악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반면 8VSB에 대해선 "시청자의 시청권을 증진한다"며 반겼다. 아전인수 격의 해석으로 이들 매체의 항의가 계속되자 이경재 방통위 위원장은 "미래부가 (방통위와) 합의되지 않은 안을 발표했다"고 했고, 미래부는 "방통위와 협의된 사안들"이라고 언급해 주무부처 간에 불협화음이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 발표를 하루 앞둔 4일, 이번에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압박이 더해졌다. KBS, MBC, SBS, EBS 등 지상파 방송사로 구성된 방송협회와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등은 "방송산업 발전 계획은 유료방송 사업자 중심의 정책"이라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들은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UHD방송 상용화와 지상파 의무 재송신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의 UHD방송 상용화를 두고 "유료방송 중심의 UHD방송 추진은 국민의 매체 선택권을 제한한다"며 "유료방송 시청자들만 혜택을 보고 서민들은 소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MBC와 SBS는 이날 8시 뉴스를 통해 "정부가 종편에 추가 특혜를 주려 한다"고 각각 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등도 이날 "정부의 종편 유료방송 특혜 정책을 용납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같은 반발을 의식한 듯 이경재 방통위 위원장은 발표가 취소된 직후 열린 '단말기 유통 개선 간담회' 자리에서 "(계획안)이 초안보다 상당히 수정되고 다 배려한 안이 나왔다"는 말로 무마했다.
한 방송업계 관계자는 "미래부는 유료방송,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 등으로 주무부처가 나뉘면서 벌어진 참사로, 사업자 간의 이해 관계 충돌이 극명하게 드러났다"며 "각 사업자가 아닌 시청자 입장에서 계획안을 다시 한 번 되짚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