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을 거듭하던 국회가 어제 2014년 예산안 심의에 본격 착수했다. 현 정부의 첫 예산안인데다 복지부문만 해도 100조 원대에 달해 어느 때보다 '송곳 심의'가 절실히 요구된다. 그런데도 여야는 정치적 대립을 거듭하다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12월2일)을 넘겼다. 그나마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 사태라도 막으려면 연말까지 남은 20여일 안에 357조7,000억 원 규모의 예산안 처리를 모두 끝내야 한다. 졸속ㆍ부실 심의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이 부족한 만큼 여야는 경제성 없는 사업이나 중복 투자, 선심성 정책 등이 있는지를 가려내는데 집중해 심의 효율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달 예산안 예비 타당성조사 결과 '경제성 없음' 판정을 받은 신규 사업이 14개, 조사 자체가 면제돼 경제성 여부가 검토되지 않은 사업이 34개이며, 이들 48개 국책사업의 예산 규모는 20조여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내년에 402억 원이 들어가는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사업과 85억 원이 소요되는 한반도 생태평화벨트 사업 등의 예산안 전액 삭감을 주장하는 등 타당성 적은 사업 목록을 최근 발표했다. 여야가 충분히 참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경제성 지적을 많이 받은 사항 가운데는 지역의 숙원사업인 것들이 많다. 이들은 국토균형발전이란 측면에서 소홀히 할 수 없는 점이 있으며, 인구밀도가 낮은 탓에 경제성 면에서는 수도권과 계량적 비교를 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하지만 지방의 주요 공항 등 예산만 낭비된 채 무용지물이 된 사례가 많은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장기적 관점에서 우선 순위를 정하는 등 과감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예산안 심의에는 경제성 원칙이 무엇보다 우선시 돼야 한다. 가뜩이나 심의 기간이 짧아 부실 우려가 제기되는 판에 여야가 지역구 민원을 챙기기 위한 '쪽지 예산'이나 나눠먹기 식 '담합 심의' 등 구태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해결해야 할 정치적 과제들이 산적해 있음에도 우선적으로 예산 심의에 열중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잘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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