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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집어 삼키는 중국, 그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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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집어 삼키는 중국, 그 명과 암

입력
2013.12.0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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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바가모요는 1888년부터 1891년까지 독일령 동아프리카 식민지의 수도였던 항구도시다. 현지 라디오 저널리스트 키뎅게(65)는 "이 곳은 19세기 노역무역의 중심지였으며, 당시 노예를 가둬놓던 감옥 등이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는 볼품 없는 해안마을에 불과하다. 비포장 도로에다 해변엔 고장 난 어선이 방치돼 있는 등 마을은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그런 바가모요가 지난 3월 전 세계 400여개 미디어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중국이 무려 100억달러를 들이는 바가모요항 종합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현대식 컨테이너 터미널을 포함해 이 지역을 특별경제구역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이었다. 현지 주민인 마리 샤바는 "세계의 새로운 지배자인 중국이 오고 있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올 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 후 첫 외교행보로 탄자니아 등을 직접 방문한 것은 중국이 아프리카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아프리카 전역이 중국을 받아 들임으로써 근본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고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이 최근 3회에 걸쳐 집중 보도했다.

탄자니아를 포함한 아프리카가 천연자원과 에너지 식량 등에 굶주려 있는 중국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슈피겔은 설명했다. 전 세계 천연자원 매장량의 40%, 미경작 농지의 60%가 아프리카에 있는데다, 10억명에 달하는 구매시장과 저임금 노동자들도 즐비하다. 탄자니아의 경우 이미 2011년 중국 기업이 석탄 및 철광석 광산개발에 30억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 바람은 동부지역 철도 건설에도 몰아치고 있다. 지난달 28일 착공된 케냐의 몸바사와 나이로비간 철도에는 40억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다. 여기에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와 지부티를 잇는 756㎞ 길이의 철도도 건설 중이다. 30억달러가 투입될 이 철도는 이미 수개월 전에 공사를 시작했다. 이 철도 역시 중국 수출입은행이 건설자금을 제공한다.

이런 중국의 막대한 투자로 낙후됐던 기반시설 등이 현대식으로 탈바꿈되고 있으며 아프리카 각국의 경제규모도 덩달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슈피겔은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발간된 중국-아프리카 경제무역협력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호 교역액이 1,984억달러로 전년보다 19.3%나 증가했다. 중국의 아프리카 지역 직접투자액은 작년 25억2,000만달러로 늘었으며, 2009~2012년 연 20.5%의 증가율을 보였다. 현재 중국 기업 2,000여개가 아프리카 50여개국에 투자하고 있다. 백서는 "중국과 아프리카 간의 교역 및 투자 증가는 아프리카인들의 생활수준 향상 및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 이면에는 미국과의 패권경쟁에 대비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과거 서방 열강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가 이젠 중국의 식민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라미도 사누시 나이지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아프리카에 진출하는 브라질과 인도, 터키 등 다른 나라와 달리 중국한테선 식민지의 향기가 느껴진다"고 비난했다. 실제로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은 중국에 적극 협력하면서 그 힘을 빌려 독재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잠비아에선 중국기업의 석탄, 구리 광산에서 일하는 현지 노동자들이 빈약한 임금 등 열악한 노동조건과 비인간적인 대우에 항의하는 시위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다른 지역의 건설현장에선 현지인들에게 강제 노동을 시키고 포로처럼 대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아 인종차별이라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아프리카 내 차이나타운이 조성돼 중국인구가 늘면서 인종갈등도 심각하게 늘어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영향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중국 신화통신은 오히려 다른 어떤 서양 매체보다 많은 28개 현지사무소를 아프리카에 두고 있다"며 "아프리카가 중국의 식민지화한다는 우려가 현지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슈피겔은 지적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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