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이 움츠러드는 계절이다. 매년 20만 명 이상 병원을 찾는 뇌졸중, 낙상 환자는 특히 이 기간에 더 발생한다. 고령 환자는 누운 지 1년이면 합병증으로 50%는 사망한다. 암보다 5년 생존율이 낮다. 고령화로 만성질환의 쓰나미가 몰려오는데 대책은 무엇인가? 최근 불경기라 의료기관에 환자가 줄면서 보험 재정은 역대 최고의 흑자를 보이고 있다. 의사는 원가 이하의 보험 때문에 허리를 졸라매니 수가를 인상해 달라고 하고, 국민은 흑자인데 보험료를 내려야지 하며, 재정 당국은 가뜩이나 복지 재정 마련에 어려운데 이 기회에 보험에 주는 법정 지출을 줄이려 한다. 그런데 정부는 여전히 안일하다.
선행질환인 고혈압과 당뇨는 줄었나? 비만, 흡연율, 신체 활동량, 음주율, 불건전 식이 등 위험 요인은 줄었는가? 아니다. 국민들은 아직도 사지 마비와 골절로 누워서야 후회한다. 인지율, 조기 검진율이 잘 안 오른다. 건강 실천율도 고만고만하다. 위험 인구 집단을 관리해야 하는데 의료기관에 오는 환자만 치료하니 예방 효과가 미흡하다. 보건소 하부 조직이 빈약하다 보니 지역 보건 사업은 활성화가 안 된다. 병ㆍ의원을 찾아오는 환자에 대한 상담도 불충분하다. 예방 사업에 수만 명의 일선 의사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 보건정책 개발이 아니라 질병의 보장성이나 가난 구제의 복지 정책에 예산을 쓰고 있다. 정책 개발을 할 핵심 두뇌 집단이 없고 우리 증거도 빈약하니 매번 이웃 나라 자료를 갖다 쓰는 것을 한탄하면서 정작 근본 대책을 고민하는 사람은 없다. 거대한 보험 조직은 질병이용 자료를 분석해 국민들에게 건강 조심하라 하고 아프면 의료기관을 찾으라 한다. 대다수 국민은 공허하다 느낀다. 대안은 무엇일까?
첫째, 환자들이 가정, 직장, 학교와 지역 공동체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미흡하다. 이를 개발하고 보급하려면 범부처 협의체가 필요하다. 둘째, 만성질환의 재정 소요를 줄이기 위해 예방 보건 인력 10만 명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에 1,000명, 시ㆍ도에 1만 명, 지방자치단체에 10만 명을 키워 보건소, 학교, 일터와 지역 사회 등에 배치한다. 셋째, 만성질환을 관리할 기본 법령이 없다. 국회도 관심이 없다. 서둘러 법을 제정하자. 넷째, 국내 기본 자료를 만들기 위해 조사와 연구에 만성질환 관리 비용의 10%를 투자한다. 이 기회에 보험에 국민건강증진기금 1조 3,000억원를 주는 것을 폐지하고 자료 개발과 건강 연구에 쓴다. 다섯째, 보건 분야 조직과 시스템을 정비한다. 부처별, 기관별 만성질환의 정책 개발과 사업 집행, 연구개발 조직을 일원화한다. 중앙집권적 업무 관리와 예산은 하부 조직과 지방에 위임하고 평가와 감독을 강화한다. 아쉬움 속에서 한 해를 또 보낸다.
이종구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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