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해운업체들의 정면 충돌이 임박했다. 세계 1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 등 글로벌 '빅3' 선사가 동맹(P3)을 결성, 내년 2분기부터 공동운항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다른 동맹들도 '선전포고'에 나섰다.
현대상선이 소속된 글로벌선박 동맹체 'G6 얼라이언스'(G6)는 내년 2분기부터 소속 선사들과의 컨테이너 부문 협력을 아시아~미주 서안항로 및 대서양항로까지 확대한다고 4일 밝혔다.
G6는 2011년 출범한 해운사 동맹체로 현대상선을 비롯해 APL(싱가포르) MOL(일본) 하팍로이드(독일) NYK(일본) OOCL(홍콩) 등 6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G6는 그간 협력지역이 유럽 및 지중해항로, 아시아~북미 동안에 국한되어 왔는데 차제에 아시아, 유럽, 미주지역을 하나로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해운사 동맹은 개별 해운사가 자신에게는 없는 항로를 서로 공유하거나, 중복된 항로에서도 무한경쟁을 피해 물량을 공유하는 개념. 화물주 입장에선 다양한 노선과 기항지를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고, 선사들은 고객유치 및 항로개척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G6는 이번 조치를 통해 아시아~미주 서안과 대서양에 각각 27개, 25개 기항지를 추가하는 등 총 240여 척의 선박으로 전세계 66개 항구를 커버하게 된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화주들에게 다양한 서비스 제공은 물론 선박 운항횟수가 약 2배로 늘어 운송시간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6가 좀더 끈끈하게 손을 잡게 된 이유는 P3 때문이다. P3는 글로벌 1~3위 해운업체인 덴마크 머스크, 스위스 MSC, 프랑스 CMA-CGM이 올 6월 결성한 해운 동맹체. 아시아~유럽, 태평양, 대서양 등 전 세계 29개 항로에 선박 255척을 투입해, 내년 2분기부터 공동 운항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만약 P3가 가동되면 세계 선박의 약 37%를 차지하게 되고, 특히 아시아~유럽 노선의 경우 시장점유율이 44%까지 올라가게 된다. 넘버 1~3가 손을 잡는 건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겠다는 뜻인 만큼, G6로선 생존을 위해서라도 결속력을 강화해야 할 입장이다.
한진해운 등 선사 4곳이 소속된 'CKYH'도 급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국내 업체들은 글로벌 경기악화에 따른 수급대응에 실패, 갈수록 재무구조가 악화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P3 출범에 더욱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업계에선 해운사들의 동맹화 움직임에 대해 장기 불황이 가져온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거대 동맹체 간 대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유럽 중심의 P3는 미주와 아시아시장으로 영향력을 더욱 넓힐 태세이고, 아시아 선사 중심인 G6와 CKYH는 반대로 미주 유럽으로 진격을 모색 중이다. 특히 G6는 북미와 대서양 연안에 총 17개 노선 신설을 계획하고 있어 미주와 유럽이 최대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과도한 블록경쟁이 오히려 집단출혈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한 동맹체가 운임인하 등을 시작해 서비스 경쟁을 본격화할 경우, 업계 전반이 치킨게임 양상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P3는 글로벌 선사들이 친환경 흐름에 발맞춰 저속운항으로 전환하는 것과 달리, 화주들의 요구라는 이유로 유럽 등으로 향하는 배의 운항속도를 평균 1~2노트씩 높이고 있다"며 "환경악화, 연료비상승 등 결국 해운사 전체의 출혈경쟁을 부추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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