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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어도 관할권 거부" 통설 뒤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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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어도 관할권 거부" 통설 뒤집어

입력
2013.12.0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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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외교문서 '1951년 아시아태평양편' 제6권의 일본 항목에 따르면 미국은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 체결에 앞서 초안을 한국에 수 차례 열람시키며 협의를 진행했다. 양유찬 당시 주미 한국대사와, 이승만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하버드대 출신의 한표욱 1등 서기관이 협의 채널로서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두 사람은 그 시절 외교에서 큰 역할을 했으나 영토 외교에서는 실수를 저질렀다.

한국은 일본에서 반환받을 도서에 쓰시마섬을 포함시켰다가 미국의 분위기가 여의치 않자 쓰시마 대신 독도와 이어도의 반환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존 덜레스 국무부 대일강화조약 특사가 두 섬의 위치를 묻자 배석한 한 서기관은 "일본해에 있는 2개의 작은 섬들로 울릉도 근처에 있다"고 답변했다. 양 대사는 한 서기관의 대답을 듣고도 잘못을 시정하지 않았다.

잘못된 답변은 해프닝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주미 한국대사관이 추가 확인에서도 이어도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자 미 국무부에 부정적 기류가 확산됐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워 한국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은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 정부의 요구에 대한 답신으로 그해 8월 9일 작성된 '러스크 서한'은 한국이 이어도 주권 요구를 자진 철회한 사실을 언급했다. 7월말 또는 8월 초 한국이 스스로 철회했다는 사실을 기록함으로써 이어도와 독도의 관할권이 미국에 의해 거부됐다는 한국 내 기존 분석이 잘못된 것임이 확인됐다.

자진 철회와 관련, 한국전쟁 중인 상황에서 외교 당국이 이어도의 정확한 위치와 관련 역사 기록을 미국 측에 설명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추정이 우선 가능하다. 이어도가 섬이 아닌 수중암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관할권 인정을 철회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외교관들이 이어도의 위치도 모른 만큼 한국 측이 미국 측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측면에서 쓰시마처럼 미국이 한국에 영유권 주장을 철회하라고 압박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어도는 1900년 소코트르 암초로 공식 명명됐고 일제가 1938년 인공구조물 설치 계획을 세웠을 만큼 위치가 이미 파악된 상태였다. 샌프란시스코협약 체결 다음날인 1951년 9월 10일 한국 해군은 '대한민국 영토 이어도'라는 동판을 이어도에 넣었다. 이런 면에서 당시 정부가 수중암초인 이어도의 관할권까지 주장한 것은 평가받을 만하다는 견해가 있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는 이어도가 포함된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키로 방침을 세운 한국에게 유리한 자료가 아니다. 오히려 미국, 중국, 일본을 상대로 이어도에 대한 한국의 배타적 권리를 주장하는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어도의 관할권을 인정받는데 또다시 실패하지 않으려면 당시 외교 기록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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