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행정부장으로 당을 장악하고 있던 장성택의 실각설로 당 중심의 국정운영에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다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이념인 '선군정치'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장성택이 핵심 실세로 활동하면서 노동당 중심의 국정운영으로 군부의 힘이 빠지는 양상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김정은은 군부 인사를 자주 교체하고 신진 인물을 대거 등용했다. 군 서열 2위이자 군 작전을 지휘하는 총참모장은 리영호에서 현영철로, 다시 김격식에서 현재의 리영길까지 무려 4번이나 교체됐다. 우리의 국방장관에 해당하는 인민무력부장 역시 김영춘에서 김정각으로, 다시 김격식에서 장정남으로 바뀌었다.
반면 장성택이 장악한 당은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특히 당 행정부는 장성택 심복들의 집합소이나 다름없는 조직으로 간주되면서 강력한 권한을 행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 행정부는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부, 검찰소, 재판소 등 북한의 사법ㆍ검찰ㆍ공안 기관을 모두 지도하고 있고, 평양 내 10만 가구 건설 등 비자금 조성이 가능한 대형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부서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장성택의 실각으로 지난 2년간 당의 득세도 사실상 막을 내렸다고 내다봤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장성택의 오른팔, 왼팔인 이용하와 장수길의 처형으로 당 행정부는 사실상 해체됐다"며 "장성택을 따르던 다른 당 간부들도 계속 처형될 가능성이 높아 당의 위상이 급격히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송봉선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도 "장성택의 측근 인사들이 단순히 뇌물 때문에 숙청된 것 보다는 세력을 형성했기 때문에 처형됐을 가능성이 높아 당 행정부는 향후 기능이 무력화될 개연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김정은 1인 체제인 북한에서 장성택이 실각해도 당 구도는 변함이 없을 거라는 의견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이 군부뿐만 아니라 당까지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성택이 실각됐다고 당 중심의 국정운영을 포기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오히려 걸림돌인 장성택과 측근들을 제거해 당내에서 김정은 체제는 더 확고해 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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