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서울의 일 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는 74㎍/㎥. 예보 등급 상 '보통(31~80㎍/㎥)'이었지만 최고 농도는 '나쁨(121~200㎍/㎥)'에 가까운 119㎍/㎥까지 치솟았다. 노약자는 물론 일반인의 실외 활동도 자제가 필요한 수준이다. 하지만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전날 별도의 예보문을 띄우지 않았다. 일 평균 농도가 80㎍/㎥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만 발표하기 때문이다. 무방비 상태로 외출한 시민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발암물질 등이 섞인 고농도 미세먼지를 마셨을 수 있다.
중국 전역이 본격적으로 난방을 시작한 이달 들어 중국발 스모그 영향으로 한반도에 '뿌연 하늘'이 계속되고 있지만 환경부가 수도권에서 시범 실시하는 미세먼지 예보제는 정확한 정보 제공을 못 하고 있다. 시간대에 따라 미세먼지 농도 차가 큰데도 과학원은 일 평균치를 기준으로 1회 예보만 하기 때문이다.
한국환경공단 전국대기환경정보시스템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대구의 일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65㎍/㎥였지만 최고 농도는 3배 높은 192㎍/㎥였고 경상북도는 각각 80㎍/㎥, 182㎍/㎥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편차가 이렇게 큰 데도 1일 1회 예보만 하는 이유는 예보 인력이 3명으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홍유덕 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장은 "연구원 3명이 오전 9시부터 7시간 이상 대기물질 배출량 정보와 풍속, 풍향, 기상자료 등을 입력, 시뮬레이션하고 분석해야 오후 5시에 겨우 예보를 할 수 있다"며 "최소한 오전, 오후 두 차례 예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럴 여력이 안 된다"고 밝혔다.
현재 미세먼지 측정망은 수동ㆍ자동장비 포함 전국적으로 251개, 초미세먼지(지름 2.5㎛이하) 측정망은 184개로 측정은 기계 몫이지만 후속 작업이 간단치 않다. 수동 측정망에서 나온 데이터에 대한 오염원 정보를 분석해야 하고 자동 측정망 데이터에서는 장비 오염으로 인한 이상값을 일일이 빼야 한다. 이렇게 나온 농도와 내일 기상조건을 반영, 시뮬레이션을 돌려야 다음날 예보가 나오는데 이 업무를 3명이 전담하는 것이다. 300여명의 인력이 하루 4차례 일기예보를 하는 기상청과 비교된다. 게다가 시뮬레이션 분석 장비도 단 2대다.
하지만 미세먼지 예보와 관련, 내년도에 편성된 예산은 17억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대부분 조사ㆍ연구비 명목으로 인력 확충과 장비 확보를 장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내년 2월부터 차질 없이 전국 단위 본 예보를 하려면 과학원에 최소 30명의 인력이 필요한데 확충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급한 대로 이번 주 내로 과학원과 기상청 전문가, 수도권대기환경청 인력 12명으로 구성된 미세먼지 TF팀을 우선 꾸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4일 수도권 미세먼지는 오후 1시 169㎍/㎥의 최고 농도를, 제주도는 오전 10시 175㎍/㎥를 기록했다. 지난해 수도권 평균 농도(41.4㎍/㎥)에 비해 크게 높다. 과학원 관계자는 "최근 이틀간 미세먼지 성분 분석 결과 평상시 대비 질산염은 6.4배, 황산염은 1.9배, 유기탄소와 무기탄소는 각각 3.3배, 3.1배 증가했다"며 "노약자는 외출을 자제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5일 수도권 미세먼지는 일 평균 보통(31~80㎍/㎥)수준을 유지하지만 대기정체로 오전 중 일시적으로 80㎍/㎥ 이상 오를 전망이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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