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권력 2인자로 군림한 기간만큼이나 내각, 대남부서 등 북한 권부 핵심 곳곳에 자기 사람들을 심어놨다. 현재 권력 투쟁설의 대상으로 지목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도 한때는 장성택 계열로 분류될 정도로 폭이 넓었다. 때문에 그의 실각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광범위한 인맥만큼이나 '장성택의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 숙청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성택의 수족을 잘라내는 일은 이미 진행 중이다. 장성택 몰락의 단초를 제공한 리용하 당 행정부 1부부장, 장수길 부부장은 지난달 공개 처형됐고, 그의 매형인 전영진 주쿠바 대사, 조카인 장용철 주말레이시아 대사 등도 최근 소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택 계열 인사들은 지난해 11월 신설과 함께 그가 위원장을 맡은 국가체육지도위원회에 주로 포진해 있다. 국가체육지도위 부위원장인 리영수 당 근로단체부장,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우리의 경찰청장), 로두철 내각 부총리 등 3명이 심복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최부일은 지난해 군 4대 요직인 작전국장을 거쳐 인민보안부장에 임명돼 김정은 정권에서 승승장구한 대표적 인사다. 최부일은 군부대 체육단 농구선수 출신으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농구 개인교사를 하며 장성택과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조선국제합영총회사 이사장,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 이사 등을 지낸 로두철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경제개혁 방안을 놓고 장성택과 오랜 교감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리영수는 1980년대 후반부터 당 청년사업부에서 일하며 당 행정부까지 오랫동안 장성택을 보좌했다.
핵심 측근은 아니지만 국가체육지도위 위원에 이름을 올린 김기남 최태복 박도춘 김양건 김영일 김평해 곽범기 당비서, 조연준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주규창 당 기계공업부장, 한광상 당 재정경리부장 등 노동당 인사들도 직간접적으로 장성택과 연관돼 있다. 북한 경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박봉주 내각총리 역시 2003년 장성택의 천거로 내각총리에 오른 인물이어서 향후 거취가 주목된다.
내각과 달리 군부는 최근 2년 새 급격한 물갈이가 진행되면서 장성택 인맥이 거의 없다는 평가다. 대북 소식통은 "오히려 과거 장성택의 그늘에 있었던 최룡해나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이 이제 그의 목을 겨눈 형국이 됐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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