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신용카드로 입장권을 산다. 야구 경기에만 집중한다면 구식 관객이다. 앞으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도 가끔 들여다봐야 한다. 야구장 내 치킨할인쿠폰, 인근 식당 할인쿠폰, 야구 관련 행사 등 당장 유용한 정보가 곧바로 뜨기 때문. 이르면 다음달 KB국민카드가 선보일 서비스다.
카드사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고객 정보를 파악하고, 이를 분석한 뒤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 마련에 나섰다. 빅데이터는 기업이 갖고 있는 다양한 고객 자료를 마케팅이나 서비스, 영업전략 등에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차원의 다양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롯데카드는 고객들의 결제정보를 실시간 단위로 살펴 고객이 움직이는 공간에서 필요한 카드할인 혜택과 가맹점 정보 등을 파악하는 차세대 시스템을 9일 구축할 예정이다. 고객의 과거 소비내용을 분석해 서비스를 제공했던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고객의 실시간 행동 패턴을 예상할 수 있게 된다.
신한카드는 이달 중 업계 최초로 '빅데이터 센터'를 출범한다. 위성호 사장은 "외부전문가가 센터를 운영하고, 상품개발부터 영업 상담 등 전사적 관점에서 빅데이터 경영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카드업계는 빅데이터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고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하나SK카드는 고객의 소비행태 등을 분석해 자사 앱인 '겟모어'로 카드 이용 시마다 할인쿠폰 등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예컨대 커피전문점을 자주 이용하는 고객에겐 커피할인쿠폰을 지급하고, 온라인쇼핑몰을 자주 들어가는 고객에게는 온라인에서 이용할 수 있는 OK캐쉬백을 적립해주는 식이다. 이벤트 진행 한달 만에 카드이용 건수가 15%나 증가했다.
롯데카드는 올 초 유아용품을 구매한 25~39세 여성 3만명을 대상으로 영유아상품 관련 할인쿠폰을 제공한 결과, 쿠폰을 이용해 실제 구매까지 이어진 비율이 평균보다 22% 이상 올랐다.
방대한 매출정보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는 마케팅이나 상품개발뿐 아니라 기업컨설팅 등 카드사의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은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용카드 등 카드사용 비중이 금액기준 전체의 54.2%, 경제활동인구 1인당 신용카드 보유 수도 4장에 달한다.
함유근 건국대 교수는 "고객의 결제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카드사들은 일반 기업보다 고객관련 정보량이 많은 만큼 빅데이터 활용도 정확하고 풍성해져 관련 마케팅이 개인에 적합한 형태로 구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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