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4일 전체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을 상정, 본격 심사에 들어갔다. 민주당의 국회일정 전면 보이콧으로 새누리당의 단독상정 직전까지 갔지만 '4자 회담'이 타결되면서 예산안 파행처리는 모면한 것이다. 하지만 여야가 국가정보원 개혁특위를 국회 정상화의 연결고리로 삼고 있는 만큼 특위 입법이나 구성 여부에 따라 예산안 및 법안 처리 전망이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예결위를 시작으로 국회 의사일정이 본궤도에 올라섬에 따라 헌정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 우려는 크게 줄었다. 예결위는 8일까지 행정 각부를 상대로 정책질의를 하고 사업별 예산을 증액ㆍ삭감하는 예산조정소위도 10일부터 가동키로 합의했다. 예결위는 또 16일 예산안 처리를 목표로 삼고 있어 예산안 의결의 전제조건인 세법 등 부수법안 심사도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장 국정원 예산안 및 부수법안의 연내 처리를 위해서라도 국정원 개혁특위가 정상 가동돼야 한다. 여야 4자 회담 합의문에서 민주당 요구에 따라 특위에 입법권을 부여하면서 '연내에 입법 또는 처리한다'로 명시한 동시에 '예산안 및 예산부수법률안은 연내에 여야가 합의하여 처리한다'고 새누리당 요구도 함께 못 박았기 때문이다. 국정원 개혁 입법과 예산안 중 어느 하나라도 차질을 빚는다면 특위 자체가 좌초될 수밖에 없게 이중장치를 걸어 둔 셈이다.
문제는 여야가 특위 입법 사항을 두고 티격태격하면서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국정원 국내파트의 개혁 방안을 두고 민주당은 모든 정부기관 출입금지를 포함한 사실상 '국내파트 폐지'로 가닥을 잡고 있는 반면 새누리당은 대북 정보수집 차질을 이유로 '금지의 최소화'를 주장하고 있다.
'국회의 국정원 예산통제 강화'를 놓고도 민주당은 항목별 예산을 일일이 확인함으로써 국정원 활동에 대한 국회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예산정보를 통해 조직ㆍ인력규모 등 비밀사안이 외부 노출될 것을 우려하며 '통제 최소화'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이러한 인식 차에다 여야 동수로 특위 위원들을 구성함으로써 합의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아울러 예산안 자체를 둘러싼 양측의 견해차도 처리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인이다. 민주당은 '공약ㆍ민생ㆍ미래를 포기한 3포 예산'이라며 부자감세 철회와 각종 문제사업 삭감을 벼르고 있다. 중점처리 법안도 새누리당은 경제살리기나 경제활성화, 민주당은 경제민주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우에 따라 여야가 준예산 상황까지 방치하며 버티는 최악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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