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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성향과 무관… 신념·기개 담긴 스토리가 와 닿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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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성향과 무관… 신념·기개 담긴 스토리가 와 닿았죠"

입력
2013.12.0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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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해다. 출연한 영화 두 편('설국열차'와 '관상') 모두 1,000만 가까운 관객을 모았다. 상복도 있었다. '관상'으로 대종상 남우주연상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가 주는 남자연기자상을 받았다. 기분 좋게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지금, 송강호는 논쟁적 영화 '변호인'의 개봉(19일)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배우보다 파란 많은 연말을 보내게 될 그를 4일 낮 서울 태평로 한 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영화를 둘러싼 각종 억측이 오고 가는 것에 대해 "편하게 생각한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변호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1970~80년대 시절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상고 출신 송우석(송강호)이 세무변호사로 돈벌이에 치중하다 용공 혐의를 뒤집어 쓴 지인의 변론을 맡으며 인권변호사로 변해가는 모습을 그렸다. 송강호가 표현하는 송우석은 종종 탄성을 불러낸다. 술주정하는 송우석이 일어나려다 술기운을 못 이기고 주저앉는 장면이나, 법정에서 고문 검사를 몰아치는 모습, 국밥을 한 입 가득 넣고 슬픔을 삭이는 연기 등에서 '과연 송강호'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의 생애 한 시절이 영화의 바탕이 됐으니 말들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개봉도 하기 전 외압에 대한 풍문이 떠돌고, 한편으론 노 전 대통령을 미화한 영화라는 식의 일방적 비난이 나온다.

송강호도 정치적인 논란을 어느 정도 예상했던 듯하다. 그는 "누군가의 실제 인생을 연기하는 것은 더 책임감이 느껴진다. 더군다나 안타깝게 돌아가신 분의 이야기라 잘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래서 처음엔 출연을 거절했다. 그러나 "1주일 동안 시나리오가 계속 눈에 밟혔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생각보다 이야기 자체가 너무 가슴에 남았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이 기개와 신념으로 어두운 시절을 헤쳐갔을 나이에 나는 과연 무얼 했냐"는 부끄러움도 마음을 움직였다. "친구 사이인 ('변호인'의) 최재원 위더스필름 대표를 만난 뒤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변호인' 개봉 소식이 알려지며 그의 최근작 '설국열차'도 의도치 않게 도마에 올랐다. 체제 전복을 묘사한 '설국열차'에 이은 '변호인'의 출연이 그의 정치적 성향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억측 때문이다. 송강호의 해명은 단순했다. "영화 출연에 정치적 이념적 기준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저는 그저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국민을 존중하는 평범한 시민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루탄과 돌멩이와 화염병이 난무하던 1980년대 후반 20대를 보낼 때도 "중간적 입장에서 굉장히 상식적인 생각을 하는 쪽이었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변호인'을 정치적 편견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헌정 영화도, 그를 미화하는 영화도 아니다"고 했다. "폭압적인 시대를 살면서도 저렇게 심장이 뛰던 사람이 있었구나" 생각하고 "2010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자그마한 자극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완전히 이뤄지지 않을 듯하다. 벌써 어느 매체는 송강호의 '변호인' 출연이 불편한 듯 그의 잇따른 영화 출연을 비꼬며 '송강호, 급전 필요한가?'식의 기사를 게재했다. 송강호는 "더한 보도나 반응이 나와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저에 대한 인신 공격도 각오했다. 이 영화의 숙명이라 생각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급전' 기사에 대해 "제가 편하게 생각한다면 쓰신 분이 기분 나쁠까요"라고 반문하며 웃었다.

송강호는 최재원 대표와 출연을 논의할 때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만들어보자"며 의기투합을 했다 한다. 그런 그가 자식들이 살았으면 하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상식이 통하는 아주 평범한 세상이었으면 좋겠어요.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는, 그런 평범함이 지배하는 세상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어요."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신상순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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