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차곡차곡 쌓은 피로가 곗돈처럼 한꺼번에 몰려드는 연말. 연일 계속되는 송년회는 고단한 몸을 더욱 지치게 만든다. 이럴 때 꿈같이 들리는 것이 뜨끈한 온천수에 몸을 담갔다가 따뜻한 음식으로 배를 채우는 여행. 일본이나 타이완에서나 누리는 호사일 것 같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관광공사가 '입과 몸이 즐거운 건강여행'이라는 주제로 12월에 가볼 만한 곳 다섯을 골랐다.
고르는 즐거움이 가득, 충주온천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은 예부터 온천으로 유명했다. 조선왕조실록엔 태조 이성계도 피부병을 다스리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나온다. 충주시는 1963년부터 수안보의 온천수를 직접 관리하고 있다. 2000톤짜리 저장 탱크에서 27개 업체로 직접 온천수를 공급하기 때문에 물은 어디나 똑같다. 하지만 서비스는 어떤 온천보다 다양하다. 전통의 수안보온천, 탄산 기포가 터지는 앙성온천, 유황 냄새가 강한 문강온천 등이 있다. 노천탕을 즐기고 싶다면 수안보파크호텔과 한화리조트로 가면 된다.
충주온천은 월악산 가까이 있어 꿩을 재료로 한 음식이 많다. 가슴살을 얇게 썰어 데쳐 먹는 샤부샤부, 부추와 채 썬 고기를 볶아 만든 잡채, 다리살로 만든 튀김, 다진 고기로 빚은 만두 등 종류가 많다. 산에서 직접 캔 자연산 버섯으로 만든 전골도 일품. 그 중 능이버섯으로 끓인 것을 최고로 친다. 충주시 관광과 (043)850-6713
온천에서 먹는 대게맛, 백암온천
경북 울진군의 백암온천은 신라 때 사냥꾼의 화살을 맞은 사슴이 이곳에서 상처를 치유하고 가길래 살펴보니 온천수가 샘솟고 있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무색무취한 알칼리성 온천으로 용출 시 온도가 53℃에 이른다. 불소, 수산화나트륨, 염화칼슘 등 몸에 유익한 성분이 많아 피부질환과 부인병, 중풍, 천식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울진의 겨울 대표음식은 역시 대게다. 이즈음 후포어시장은 대게맛을 보러 온 전국의 여행자들로 북적댄다. 대게 요리는 커다란 찜통에 쪄 먹는 게 제일. 달달하면서 짭조름하고 쫀득하며 부드러운 대게의 복합적인 맛을 살리는 데는 가장 단순한 요리법이 어울린다. 대게를 찔 때는 산 채로 솥에 넣는 것보다 미지근한 물에 넣어 움직임이 없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다리가 끊어지지 않은 온전한 대게찜을 만들 수 있다. 울진군 문화관광과 (054)789-6901
칼바람을 잊게 만드는 곳, 월출산온천
국토의 끝자락 전남 영암군 월출산에도 온천이 있다. 수원이 홍색장석화강암(맥반석)으로 된 월출산 암반대에 있어서 이곳 물은 맥반석 온천수로 불린다. 맥반석은 흡착ㆍ정화 능력이 강해서 물에 섞인 유해물질을 제거해 준다. 피로 회복 효과가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다. 각종 미네랄 성분뿐 아니라 용존 산소량, 원적외선 방사량이 풍부하다. 다양한 수중 안마 시설이 있는 매그넘탕이 인기.
온천욕 뒤엔 독천 낙지마을에 가서 원기를 보충하면 된다. 영산강 하굿둑이 생기기 전 독천리는 갯마을이었다. 지금도 30여 곳의 낙지 전문점이 남아 옛 정취를 잇고 있다. 이곳의 대표 음식은 갈낙탕. 소고기 갈비와 낙지를 함께 끓이는 음식으로 한 그릇의 국물 속에 진한 맛과 시원한 맛이 함께 담겨 나온다. 채소와 함께 맑게 끓인 연포탕과 낙지초무침도 감칠맛이 난다. 영암군 문화관광과 (061)470-2255
매콤한 곰장어구이의 매력, 동래온천
부산 동래온천은 대도시 한복판에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일제 시대부터 휴양객이 몰려든 곳이라 휴양 시설이 다양하다. 근래 개발된 곳에 비해 낡은 느낌이 없지 않지만 그 자체가 색다른 빈티지함으로 다가온다. 랜드마크격인 허심청은 3,000명이 동시에 입장할 수 있는 온천탕과 찜질시설, 브로이하우스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췄다. 무료 노천 족욕탕도 있어 지나는 길에 간단히 피로를 풀 수도 있다.
동래의 명물은 곰장어와 파전이다. 곰장어는 맛도 맛이지만 굽는 냄새의 고소한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온천장 곰장어골목에 10여곳의 곰장어구이집이 있다. 한 접시에 산 곰장어는 3만원, 냉동 곰장어는 1만원 선. 동래파전은 밀가루 대신 쌀가루로 반죽해 차지고 쫀득한 것이 특징이다. 재료를 반죽에 미리 섞지 않고 기름 두른 번철에 쪽파를 펴 놓고 반죽을 붓고 해산물을 푸짐하게 올린다. 부산시 관광진흥과 (051)888-4302
탄산과 알칼리 온천을 동시에, 오색온천
강원 양양군 오색온천은 설악산 주전골 끝자락에 위치한다. 이곳에선 톡 쏘는 듯한 탄산 온천과 몸을 부드럽게 해주는 알칼리 온천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해발 650m 남설악 온정골에 위치한 온천 원수는 옛날부터 만병통치로 이름이 높았다. 이 물로 목욕을 하면 미인이 된다고 해서 미인온천으로도 불린다. 지하 470m에서 끌어올린 탄산 온천은 오색그린야드호텔이 자체 개발한 것이다. 탄산, 칼슘, 철 등이 풍부해 여러 가지 치료 효과가 毛爭ご?
겨울철 양양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는 도치다. 생긴 건 커다란 올챙이를 뒤집어 놓은 것처럼 징그럽지만, 묵은 김치와 함께 끓인 맛은 깊고도 깔끔하다. 도치알은 양양 사람들이 제사상에 올리던 귀한 음식. 읍내와 가까운 범부리에는 사골을 고아 간장을 넣고 졸인 국물을 쓰는 메밀국수를 파는 집이 있다. 양양군 문화관광과 (033)670-2724
유상호기자 shy@hk.co.kr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