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보안국(NSA)에서 일했던 에드워드 스노든으로부터 정보기관의 방대한 도청자료를 입수해 보도한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 이후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스노든의 폭로 이후 가디언 기자들이 전혀 다른 환경에서 취재하고 있다"며 그 실상을 자세히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가디언 기자들은 누군가가 몰래 엿듣는 것을 우려해 창문이 없는 방에서 회의를 열고, 주변에 있는 모든 전자 장비의 전원 플러그를 뽑는다. 또 비밀 정보가 담긴 컴퓨터는 정보를 빼가는 악성코드가 설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인터넷에 연결하지 않고, 다른 나라에 흩어진 동료와 자료를 놓고 의논해야 할 때면 시간과 비용 문제를 감수하고 항공편으로 직접 날아가 만난다. 암호화된 문서를 국제 항공택배로 보내기도 한다.
마크 프롱스 NYT 정보책임자는 "예전 취재 모델이 현관문과 창문을 잠그더라도 중요한 물건이 있는 책상 서랍은 잠그지 않는 집과 같은 방식이었다면 요즘 모델은 모든 것을 다 잠가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UC버클리 컴퓨터 보안연구원 니콜라스 위버는 "기자는 가는 곳 마다 지문을 남길 수 있다"며 "외부에서 취재원을 만날 때는 미행을 당하거나 당국에 사진 찍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모자를 쓰고 소음이 심한 공공장소에서 접선하라"고 조언했다. 위버는 여기에 트렌치코트는 옵션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기관의 압박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 가디언의 앨런 루스브리저 편집국장은 스노든으로부터 감시 관련 문서를 입수한 이후 미국과 영국의 정부 당국을 100회 이상 만나 위협을 당했다. 영국 고위 경찰 간부가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가디언에 대한 형사 처벌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수사 압박도 받고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보도해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이끌어냈던 칼 번스타인 전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위기에 처한 가디언에 공개 편지를 보내 응원했다. 그는 "민주주의에서는 언론의 역할과 관련해 언제나 긴장이 존재한다"며 "그러나 우리가 워터게이트 사건을 통해 배운 것은 자유로운 언론에 정부의 통제와 협박이 가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독려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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