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쯤 미국 버지니아주 포트 벨부아 군기지 골프장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골프하는 것을 직접 본 적이 있다. 후반 홀을 돌던 중 우연찮게 전반 홀에 있는 그를 멀찍이서 본 것인데, 벙커 주변에서 공을 쳐올리던 모습이 생생하다. 주변에 있던 경호원에게 "대통령 핸디가 어느 정도냐"며 말을 붙일 수 있을 정도였으니 (비록 군기지 골프장이긴 했어도) 일반인들과 대통령의 '골프 간극'이 턱없이 멀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 오바마 대통령까지 100년 동안 18명의 미국 대통령 중 3명을 빼고는 모두 골프를 즐겼다. 케네디 대통령은 스윙이 좋기로 유명했다. 핸디도 70대 중ㆍ후반의 준 프로급이었다. 커피와 담배를 지독히 좋아했던 아이젠하워는 골프에서도 광적인 애착을 보여 백악관 잔디밭에서 칩샷 연습을 했다. 마스터스 대회가 열리는 오거스타 골프장에는 그의 이름을 딴 오두막과 나무, 호수가 있다. 매너 없는 골퍼는 클린턴이다. 멀리건을 좋아해 '빌리건'으로 불렸고, 스코어카드 조작도 서슴지 않았다.
▲ 지난달 집권 5년만에 라운딩 150회를 넘어서 입방아에 오른 오바마 대통령은 농구광이었으나 부인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해 지금은 핸디 16~24 수준이라 한다. 스타일은 정치하는 것과 비슷하다. 한 홀에서 11타를 쳐도 그대로 적고, 멀리건은 절대 받지 않는다. 벙커와 디버트의 뒷정리도 깔끔하다. 그와 라운딩한 프로골퍼 우즈는 "가끔 인상적인 샷을 날린다"고 했다. 주로 친분이 깊은 사람과 라운딩을 해 그들이 진정한 '이너서클'이라는 말이 있지만, 정치가 풀리지 않을 때는 정적을 불러 소통의 장으로도 삼는다.
▲ 프로에게 골프를 배운 박정희 대통령은 1968년 대법관 전원에게 "골프를 하면서 시야를 넓히라"며 골프채를 선물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영삼 대통령 이후 고위 공직자의 골프는 금기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올 초 군 장성 골프 사건 이후 박근혜 정권에서도 비슷하다. 골프에 대한 안 좋은 여론 때문이라면 다른 운동이나 취미를 통해 소통을 넓혀보는 것은 어떨까. 청와대에 혼자 칩거하는 시간이 많다는 얘기가 들려서 하는 말이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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