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김정은 제1비서의 고모부인 장성택 행정부장의 두 측근인 리용하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이 공개 처형됐다고 확인함으로써 장성택도 실각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택이 완전히 숙청된 것인지, 아니면 힘을 빼고 일부 직책 또는 명예직을 유지할 것인지, 현재로선 단정하기 어렵다.
김정일 시대에도 장성택은 2인자 구실을 하면서 때론 좌천되거나 근신하다가 복권된 전례가 있다. 김정일으로의 권력승계 이후 삼촌 김영주가 국가부주석이란 일종의 명예직을 유지하다가 사라진 것처럼 장성택도 당 정치국 위원, 행정부장,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의 직책을 내놓고, 국가체육위원회 위원장직을 유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정원이 파악하고 있는 정보사항이 사실이라면, 김정은 체제의 권력공고화 작업이 비교적 빨리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장성택은 김정일과 김정은을 이어주는 과도적 인물로 후견인 역할이 끝나면 '토사구팽'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다. 장성택은 김정일 시대에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북한권부의 요직에 그의 인물들을 심어놓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김정일 시대에도 여러 차례 김정일로부터 근신처분을 받기도 했다.
김정일의 뇌졸중 이후 다시 권한이 강화된 장성택은 김정은으로의 후계구축에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최룡해 총정치국장과 함께 김정은 정권을 떠받치는 양대 기둥 역할을 해왔다. 장성택은 주로 당과 행정부를 관장하면서 경제문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고, 민간인 출신 최룡해는 군총정치국장을 맡아 군부를 장악하고 김정일 시대 선군정치로 과대성장한 군부를 길들이는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의 실각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김정일 시대부터 2인자 자리를 굳힌 장성택이 김정은 체제의 가장 위협적인 인물로 경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장성택이 김정은 권력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은 화근의 불씨라면 빨리 싹을 자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김정은이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장성택이 실각됐다면 최룡해의 권력이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 항일무장투쟁 당시 김일성과 함께 무장투쟁을 한 아버지 최현 전인민무력부장의 후광을 입은 최룡해는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급부상한 인물이다. 장성택이 권력전면에서 사라진다면, 정치국 상무위원,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군 총정치국을 겸하고 있는 최룡해가 김정은 시대 2인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최룡해는 주로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에서 활동하면서 김정은 체제를 떠받치는 혁명3, 4세대 통치엘리트들과 인연을 맺고, 이들의 대부(代父)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김정은 체제는 2006년 무렵부터 혁명 3, 4세대를 중심으로 준비해 왔다. 겉으로 들어나지 않은 이들이 김정은 체제를 떠받치는 핵심 통치엘리트로 자리잡고 있다고 봐야 한다. 청년동맹을 통해서 이들과 인연을 맺은 최룡해가 김정은 시대 북한을 이끌고 갈 통치엘리트들을 관리하면서 김정은의 신임을 받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 최룡해 양두 후견체제에서 최룡해 후견체제로 단일화됨으로써 김정은 유일지배체제가 완성돼 가는지도 모른다.
장성택과 최룡해가 당과 군을 관장해 왔다는 점에서 장성택의 실각을 당․군 갈등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군에 대한 당의 통제가 강화되고 있고 군 출신이 아닌 최룡해가 군부를 장악하고 총정치국장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보면 당․군 갈등으로 보기보단 김정은 친정체제 강화 차원의 권력투쟁으로 봐야 할 것이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군핵심인 총참모장이 리영호→ 현영철→ 김격식→ 리영길로 바뀐 것을 보면 군부에 대한 당의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군이 실권을 가지고 있다면 야전군의 총참모장을 함부로 교체하기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군에 대한 잦은 인사와 당의 주요 인사들에 공개 총살설이 나오는 것이다. 아직까지 김정은 체제가 제도화 되지 못하고 젊은 지도자를 둘러싼 권력투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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