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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2월 5일] 현대판 신문고, '창조마당'과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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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2월 5일] 현대판 신문고, '창조마당'과 소통

입력
2013.12.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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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태종은 억울한 일을 당한 백성들을 구제하기 위해 대궐 밖에 신문고를 설치했다. 백성이 억울한 일을 당하면 북을 쳐 임금에게 직접 알리는 방식, 요즘 말로 '핫라인'인 셈이다. 그러나 북을 칠 수 있는 사안이 매우 제한적이었고, 당시의 교통여건 상 한양에 거주하는 백성들만 이용할 수 있어서 활용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고 한다.

사회가 자유화되고 교통이 발달했지만 21세기를 사는 현대인들도 다양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창구가 필요하다. 필자는 며칠 전 모기관에 전화를 걸다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안내 목소리에 그냥 끊어버린 경험이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최근 서울 양재동 사옥 내에 '창조마당'이라는 공간을 열었다. 방문하는 고객들이 공사 사업이나 지원내용, 발간자료 등을 살펴보고 업무개선에 도움이 되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그 자리에서 바로 제안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정보공유나 소통확대, 신속한 민원처리를 위해서다. 특히 정부나 공공기관이 내년이면 거의 대부분 지방으로 이전한다. 지방이전에 따른 불편 해소를 위해 원스톱 민원처리와 소통공간을 마련이 필요하다.

원스톱으로 이의를 제기하거나 농업·식품 관련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은 과거 신문고를 현대식으로 개편한 '현대판 신문고'이다. 이용자와 주제가 제한적이었던 조선시대 신문고와 달리 전방위적 소통 강화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나 부채증가 등으로 개혁 요구가 다시 커지고 있다. 공기업들이 IMF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조직을 개편하고 업무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아직 국민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속적인 자기혁신과 반성, 실질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공기업이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통을 최우선 전략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낮은 자세로 국민들과 부지런히 소통하고 다양한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지방이전 시대에 대비한 공기업들의 소통 노력이 필요하다.

공기업의 지방이전이 가시화되면서 각 기관마다 사옥 정비, 직원들의 주거문제 등으로 분주하다. 공공기관 임직원들뿐만 아니라 유관단체나 일반 고객들도 지방이전에 관심이 크다. "지방으로 이전하면 유관단체간 회의 참석이나 민원인들과의 소통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나 네트워크 구축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다. 공기업 지방이전은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이며 지역 균형발전은 국정의 방향이기도하다. 만에 하나라도 공공기관을 찾는 민원인들이 혼란을 겪거나 불편한 점이 있어서는 안 된다. 지방이전에 앞서 각 기관들이 미리 예상가능한 문제점을 시뮬레이션 해보고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문학가 조지 버나드 쇼는 "의사소통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의사가 소통되었다고 착각하는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쌍방 간의 의사소통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공기업들은 지방이전으로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자칫 정보교류나 소통의 끈이 느슨해져 민원인의 불만이 증폭될 우려가 있다. 스스로 고삐를 죄고 대 국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공기업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몇 년 전부터 자주 들리는 용어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다. 서로 소통하고 순환하는 소통의 시스템이 강조된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도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의사소통 덕분에 젊은 층의 호응을 받으며 급속히 퍼져나갈 수 있었다. 우리 몸에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으면 병이 든다. 소통도 마찬가지다. 구성원 상호 간에 의견개진이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논의될 수 있어야 한다.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면 불만과 불신이 쌓이고 발전 없이 정체되기 마련이다.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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