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열풍이 주식시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상장기업이 비트코인 테마종목으로 분류되면서 연일 급등하고 있는 것. 하지만 해당 기업들이 비트코인과의 관련성을 대부분 부인하는 상황이라 개인투자자들의 추격 매수는 조급해 보인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제이씨현은 지난달 22일 1,335원이었던 주가가 7거래일간 배 이상 뛰며 3일 2,760원을 기록했다. 급기야 거래소는 제이씨현을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하고, 이날 하루 거래를 중지시켰다. 코스닥 상장사 매커스는 이날까지 이틀 연속 상한가로 주가가 지난달 27일 2,120원에서 3,040원까지 뛰었다. 이밖에 SGA(47.3%) SK컴즈(35.6%) 에이텍(32.8%) 한일네트웍스(30.9%) 등도 비트코인 테마 열풍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달 26일 이후 주가가 크게 올랐다.
해당 종목들은 크게 컴퓨터장비 부품업체와 보안업체로 나뉜다. 먼저 컴퓨터장비 부품업체는 채굴기기 관련 부품 수요가 늘 것이란 예상 덕에 편입됐다. 차세대 화폐로 주목 받는 비트코인을 얻으려면 금을 캐는 것처럼 컴퓨터를 통해 직접 '채굴'(mining)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커스는 비트코인 채굴기기의 핵심부품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카드 세계점유율 1위인 자일링스의 국내 대리점을 맡고 있다. 제이씨현은 손자회사인 디앤디컴이 비트코인 채굴 전용 메인보드를 개발한 대만 '애즈락'의 국내 총판을 맡고 있다. SK컴즈는 대주주인 SK플래닛이 비트코인 구매사이트 코빗에 투자하고 있다는 이유로 테마로 묶였다.
보안업체들은 실물이 없는 비트코인의 특성상 해킹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수혜기업군으로 꼽힌다. SGA, 한일네트웍스 등이 대표적이다.
정작 테마종목으로 거론된 업체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비트코인과의 관련성이 낮거나 이른 시일 내에 수혜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비트코인 테마로 거론되며 주가가 급등한 잘만테크와 바른전자는 "생산 제품이 비트코인과 관계가 없다"고 해명한 날 주가가 각각 14.32%, 12.64% 급락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 열풍이 지속된다고 해도 해당 업체들의 매출 증가로 이어질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라며 "단기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가 몰리고 있는 만큼 개인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