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승부를 벌였다. 하지만 다 잡았던 ‘대어’를 놓쳤다. 명승부를 펼쳤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이후 지휘봉을 내려놨다.
프로야구 김진욱(53) 두산 감독과 프로축구 김호곤(62) 울산 현대 감독의 얘기다. 냉정한 프로세계에서 2위는 없었다. 국내 프로스포츠사에 남을 만한 극적인 승부를 연출하고도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올해 K리그 클래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김호곤(62) 감독이 사퇴했다. 김 감독은 4일 서울 남산클럽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이번 시즌 우승을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사령탑에서 사퇴하기로 했다”면서 “정규리그 최종전이 끝나고 나서 굉장한 부담을 느꼈고 이를 스스로 벗어나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고민하다가 어제 사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포항 스틸러스와 치열한 우승 경쟁 끝에 최종전에서 패하며 고배를 마셨다. 울산은 포항과 비기기만 해도 우승할 수 있었지만 후반 추가 시간에 결승골을 내줘 0-1로 패했다.
2009년부터 울산을 이끌어온 김 감독은 2011년 러시앤캐시컵 우승, 정규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팀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지만 올 해 준우승에 머물면서 팀을 떠나게 됐다.
계약 기간이 올해 말까지인 김 감독은 자진해서 물러나는 모양새가 갖췄다. 하지만 포항전 이후 김 감독은 구단 수뇌부로부터 강한 사퇴 압력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축구뿐만 아니라 프로야구에서도 준우승 감독이 경질됐다. 김진욱 감독은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7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벌였지만 시리즈 전적 3승4패로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정규 시즌 4위로 출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넥센, 플레이오프에서 LG를 꺾은 김 감독은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도 3승1패까지 앞서면서 사상 첫 4위 우승을 눈 앞에 뒀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시리즈에서 3승1패 리드를 잡고도 우승을 놓친 두산은 김 감독의 지도력을 문제 삼아 전격 경질했다. 김 감독의 계약 기간은 내년까지였다.
김 감독은 담당 기자들에게 “주어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 아쉽지만 모두가 저의 부족함으로 겸허히 받아들이고 재충전하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남긴 뒤 쓸쓸하게 퇴장했다. 노우래기자
한국스포츠 노우래기자 sporter@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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