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골라 보이소! 골라 보이소!”
3일 오후 부산 중구 부평깡통시장. 다양한 먹거리와 수공예품 등이 놓인 30여개의 판매대마다 손님이 북적댔다.
호떡과 단팥죽 등 기존 재래시장에서 볼 수 있는 음식 외에도 이색적인 모양과 맛의 외국음식들이 눈길을 끌었다.
바나나를 튀겨 만든 ‘가모테규’ 판매대 앞에 줄을 선 직장인 이해곤(35ㆍ부산 금정구)씨는 “음식값도 저렴하고 마치 외국에 온 듯한 기분이 들어 이 곳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저녁 끼니로도 가능한 음식들 대부분이 5,000원을 넘지 않았다. 추운 날씨에 손을 비비면서도 많은 이들이 호떡과 닭가슴살 구이 등 판매대 앞에 줄을 서 있었고, 특히 인도네시아 ‘미고랭(쌀국수볶음)’, 베트남 ‘짜죠(고기튀김 쌈)’, 중국 ‘사요마이(새우 딤섬)’ 등 외국인이 운영하는 판매대가 큰 인기를 끌었다.
김종열 부평깡통시장 상인회 회장은 “추운 날씨 탓에 손님들이 줄어들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장사가 잘된다”며 “야시장이 열리면서 기존 상인들도 매출이 2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120년 역사를 자랑하는 부평깡통시장이 전국 최초의 야시장이 들어선 이후 옛 명성을 되찾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범람으로 타 재래시장처럼 크게 위축됐던 이 곳에는 최근 평일 3,000여명, 주말 5,000~6,000명의 인파가 몰리고 있다.
김 회장은 “야시장 상인들은 짧은 시간 값싼 음식을 팔면서도 매일 30만~50만원 정도 매출을 올린다”고 전했다.
부산시는 연중 무휴, 오후 6시20부터 자정까지 운영되는 형태로 지난 10월 야시장 문을 열었다.
재래시장 살리기와 관광 활성화를 노린 시와 시장 활성화를 원하는 상인들의 뜻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특히 시는 장애인, 다문화가족 등을 판매대 운영자로 선정해 야시장 개설 취지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평깡통시장은 1890년 상설시장으로는 국내 최초로 문을 연 유래 깊은 시장이다.
지금처럼 무역이 활발하지 못했던 1960~70년 대 깡통에 담긴 외국 물건 등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깡통’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부평깡통시장은 부지 5만㎡에 1,381개 매장이 들어선 골목형 시장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인 남포동, 광복동 및 자갈치시장과 가까워 야시장이라는 차별적인 아이디어가 더 큰 효과를 부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도개기능을 회복한 영도대교 개통을 계기로 롯데백화점 광복점과 주변 상가가 보다 활기를 띠는 상황에서 야시장이 원도심 살리기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시는 야시장 규모를 확대키로 했으며, 내년 상반기까지 1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해 야시장 주변 경관 개선사업도 진행한다.
야시장 운영 거리를 기존 110m에서 300m로 확대하고 판매대도 30개에서 100개로 늘릴 계획이다.
또 중구 부평동 족발골목~야시장 입구 130m 구간에 ‘광복로 크리스마스트리 축제’와 연계해 야간 경관조명을 설치하고, 내년 5월까지 8억여원을 투입해 야시장에 320㎡, 지상 4층 규모로 카페, 화장실, 매대 보관실 등을 갖춘 고객지원센터(다목적 카페)도 건립키로 했다.
야시장 확대구간에는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을 설치해 특색 있는 밤 문화 분위기를 연출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부산롯데호텔을 비롯한 지역 호텔 등과 협의해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야시장 셔틀버스 운행도 검토하고 있다.
박동석 부산시 전통시장지원팀장은 “부평깡통야시장을 부산을 대표하는 명물시장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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