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의 실각이 남북관계에 미칠 여파에 대해선 부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그가 북한 내에서 오랜 기간 남북관계를 다뤄 온 몇 안되는 최고위급 인사라는 점에서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3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장성택은 북한 권력 핵심에 자리하는 게 좋다"고 단언했다.
장성택은 박근혜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다. 그는 2002년 5월 박 대통령이 당시 유럽ㆍ코리아재단 이사 자격으로 방북했을 때 면담했던 북한 고위인사 가운데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인물이다. 그는 당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명함을 달고 북한 2차 경제시찰단원 자격으로 남한을 방문한 적도 있다. 남한의 경제시스템을 체득한 이 때의 경험은 후일 김정일 정권의 경제정책 수립은 물론, 현재 진행형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경제개혁 조치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남북관계 중에서도 특히 경제협력 후퇴를 우려한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남북간 경협 활성화를 염두에 두고 개혁ㆍ개방 드라이브를 걸고 있던 장성택 구상이 좌초됐다"고 평가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도 "북한 대외개방의 구심점인 장성택 노선에 대한 조직적 공격"이라며 "노선투쟁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제1위원장이 체제 결속내지 국면전환용으로 장성택 거취를 이용했을 경우에도 남북관계에는 험로가 예상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과거 패턴으로 볼 때 북한은 체제가 불안해지면 어김없이 대남 도발을 반복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고 말했다. 현재 연일 권력기관과 각종 사회단체를 동원해 대남선동에 열을 올리는 북한의 도발 수위가 한층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장성택 실각에 따른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직 그의 거취에 대한 북한 당국의 명확한 반응이 나오지 않은 만큼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로선 사안 자체를 놓고 가치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태"라며 "다만 장성택이 군부로 대표되는 강경파의 위세에 눌려 물러났다면 부정적 신호인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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