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학들이 '총장' 때문에 내홍이 심해지고 있다. 대구대는 구재단측의 몽니로 총장 부재사태가 장기화 중이고, 한동대는 신임 총장 인선을 둘러싼 학내의 반발로, 경북대는 총장직선제폐지 학칙 개정 문제로 교수회가 총장불신임투표를 강행키로 했다.
경북대 교수회는 지난 3월 평의회 결의에 따라 잠정 유보했던 '함인석 총장 불신임투표'를 재개한다고 3일 밝혔다. 투표는 5, 6일 부재자투표를 시작으로 9~11일 본투표가 실시된다.
교수회 측은 "불신임투표 결의 후 총장이 공개서면을 통해 대학 거버넌스에 대한 학칙과 규정을 원점에서 재논의 해 '6월말까지 개정'하기로 약속함에 따라 유보했으나 총장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불신임투표 재개 이유를 밝혔다.
투표결과 '불신임'으로 나오게 되면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당장 함 총장은 내년 8월까지 남은 임기 동안 정상적인 업무수행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불신임 총장'이라는 낙인 때문에 학내는 물론이고 대외적으로 행동에 제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달 중순부터 시작되는 2014 정시 원서접수와 사회적 평판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총장직선제 폐지 학칙이 번복될 경우 교육부의 각종 재정지원 축소가 불가피해져 학생들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교수회가 불신임 투표를 강행하게 된 것은 총장직선제 폐지에 대한 반감과 함께 함 총장이 차기 총장으로 또다시 나서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한 중립 성향의 경북대 교수는 "함 총장이 교수회가 양보할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고 너무 밀어부친 경향이 있다"며 "지금이라도 '물러날 때를 알고 있다'는 정도를 넘어'차기총장 후보로 추천되더라도 거부하겠다'며 명확히 한다면 불신임투표를 막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동대에서는 차기 총장 인선 과정에 학내 구성원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동대는 지난달 이사회를 열어 내년 1월31일 임기가 끝나는 김영길 총장 후임으로 장순흥 전 KAIST부총장을 선임했다.
총학생회와 교수회는 장 신임 총장이 5년 전부터 한동대 재단이사인데다 2008년 이사장 직무대행을 역임한 전력도 있어 선임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총장인선 과정에 교수회 대표의 참관요청을 재단이사회가 거부한 것도 반발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학보인 한동신문은 지난달 20일자 신문 1면에 '유구무언'이란 제목과 함께 백지로 발행했다. 학교 홍보를 지원하는 학생홍보단 나누미들도 3일간 파업했다.
김민식 한동대 총학생회장(생명과학부4)은 "공청회를 열어 학내 구성원들의 의사를 배제한 채 이사회 의결만으로 총장을 선출하는 정관을 개정해 줄 것을 이사회에 요청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또 이문원 교수협의회장도 "교수 학생들이 참여하지 않은 총장 선임은 문제가 있어 절차상의 문제를 이사회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 학생들이 이렇게 반발하는 것은 19년 만에 물러나는 김영길 총장이 퇴임 후에도 학교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이사회를 움직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일부 졸업생들까지 이번 총장인선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어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동대 재단인 현동학원이사회 측은 "엄격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총장을 선정,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며 "반발하는 교수 학생과 소통하고 있어 갈등은 조만간 진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임 총장 임기는 내년 2월부터 4년간이다.
이정훈기자 jhlee01@hk.co.kr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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