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67) 국방위 부위원장이 실각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장성택은 김 제1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당 부장의 남편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김정은 체제에서 막후 실세로 부상한 북한 권력의 2인자였다. 김정은 체제가 오는 17일 만 2년을 맞이하는 가운데 장성택의 실각으로 북한의 권력구도가 요동치고 남북관계에도 큰 변화가 일 가능성이 있다.
국정원은 이날 공식 입장자료를 통해 "최근 노동당 행정부 내 장성택의 핵심 측근들에 대한 공개처형 사실이 확인됐으며, 장성택도 실각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지난 11월 하순 북한이 당 행정부 내 장성택의 핵심 측근인 이용하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을 공개 처형한 이후 장성택 소관 조직과 연계 인물들에 대해서도 후속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북한 보위부가 심복들에 대한 비리를 포착하고 내사에 들어가는 등 견제 분위기가 뚜렷해지자 장성택은 공개활동을 자제해 왔으며 현재 모든 직책에서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북한이 내부적으로 장성택 측근들을 비리 등 반당(反黨) 혐의로 공개 처형한 사실을 전파하고 김정은에 대한 절대충성을 강조하는 사상교육을 실시하는 등 내부동요 차단에 부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 1일자 노동신문에서 "김정은 유일 영도체계를 철저히 세우며 세상 끝까지 운명을 함께할 것"을 촉구하는 기사를 내보낸 것도 이와 관련된 것으로 국정원은 추정하고 있다.
장성택은 당에서는 정치국 위원과 행정부장 등의 직책을, 정(政)에서는 국방위 부위원장 및 국가체육지도위원장, 군(軍)에서는 대장 직책을 각각 맡고 있다. 국정원은 장성택이 당 행정부장을 겸직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당 행정부도 기능이 무력화하거나 해체됐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정원은 이날 발표에 앞서 국회 정보위 여야 간사에게 장성택의 실각 징후와 관련한 대면보고를 했다. 양당 간사인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과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장성택의 오른팔과 왼팔 두 명이 공개처형 당했으며, 그 이후 장 부위원장이 자취를 감췄다"면서 "김경희와 장성택 부부 사이가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김경희가 (김정은에게) 남편 실각을 말렸지만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국정원의 보고 내용을 전했다.
정부는 장성택의 실각 징후를 북한 내부의 권력투쟁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북한 내부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장성택의 부인인 김경희의 거취에 대해서는 "특별히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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