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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이웃들 함께 김장 담그며 정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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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이웃들 함께 김장 담그며 정낸다"

입력
2013.12.0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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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이웃들이 골목길에서 합동으로 김장을 담그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대구 달서구 두류1ㆍ2동 11통 주민과 자원봉사자 100여명이 4일 오후2시 동물벽화로 단장된 파도고개 미(美)로마을 골목길에서 김장잔치를 연다. 이날 길이 50m, 폭 3∼4m의 골목길에서는 주민들이 6인1조로 탁자 15개를 펼친 후 700여통의 배추로 김치를 버무린다. 이날 김장은 11통에 살고 있는 187세대 주민 460여명이 세대 당 10㎏씩 골고루 나눠먹게 된다. 이 동네 '정다운 두부집'에서 만든 두부 1모씩은 덤이다.

주민들은 이날 김장을 위해 지난달 28일 회의를 열고 배추와 고춧가루, 고무장갑 구입과 탁자 조달 방법 등을 찾느라 머리를 맞댔다. 신수연 11통장은 "옛날에는 이웃간 정이 넘쳤으나 요즘에는 개인주의로 대문을 물론 마음까지 닫고 사는 것이 안타깝다"며 "이웃들이 함께 하는 모임과 행사를 통해 공동체가 다시 살아나기 바란다"고 말했다.

11통 주민들이 마을공동체 사업인 '파도고개 미로마을 프로젝트'를 통해 하나가 되고 있다. 이는 지난 5월 달서구가 국토교통부의 권역별 도시재생대학 통합발표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것으로, 두류1ㆍ2동을 도심의 슬럼가에서 공동체가 살아있는 아름다운 길로 바꾸는 프로젝트다.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은 6월부터 골목길을 모자이크 타일벽화로 단장했다. 가로 세로 각 20㎝의 하얀 타일에 '즐거운 우리집'이란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구운 후 골목벽에 붙였다. 벽면마다 꽃과 어린이, 가족, 동물 등으로 꾸며진 이곳은 꽃길속으로(路), 희망로, 화기애애로, 동물원로라고 불렀다. 이날 김장잔치가 열린 곳도 동물원로다.

골목길을 단장하는 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했다. 중복인 7월23일 오후7시 11통 입구쪽 공터에서는 때아닌 수박화채파티가 열렸다. 통기타동아리와 오카리나 악사들이 흥을 돋웠다. 이날 수박화채로 무더위를 식힌 주민들은 300여명이나 됐다. 지난달에는 이 동네 사는 독거노인과 조손가정, 한부모세대 등 20세대에 연탄 300장씩, 모두 6,000장을 나눠주는 행사도 열렸다. 모두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면서 노인인구 비율 20%, 30년이상 노후주택이 52%나 되는 이 마을에 활력이 솟고 있다.

현재 미로마을을 다녀간 자원봉사자는 1,040명으로 기업과 종교단체, 개인, 시민단체 등 다양한 곳에서 손길을 내밀었다. 사업비는 전액 후원이며 월성종합사회복지관이 동참, 골목길 미로(迷路)를 아름다운 길(美路)로 바꾸고 있다.

달서구 행복나눔센터 이선미(46ㆍ여) 팀장은 "내년초에는 두류1ㆍ2동에 협동조합이 결성, 공동체사업의 한 축을 맡게 된다"며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동체사업을 계속 펼치겠다"고 말했다.

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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